“준비해. 내가 뒤에서 곧 충돌한다.”
지난해 11월 전남 순천시의 한 도로에서 렌트카를 몰고 버스 뒤를 바짝 따라가던 김모 씨(26)가 버스에 타 있던 후배 정모 군(19)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몇 초 뒤 김 씨는 앞서 가던 시외버스를 들이받았다.
정 군 등 6명은 버스의 맨 뒷좌석에 타고 있었다. 이들은 김 씨가 모는 승용차가 추돌하자 갑자기 앞으로 튕겨나가는 척을 하며 버스기사에게 통증을 호소했다. 이들은 목적지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린 뒤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했다”며 병원에 입원했다. 정 군 등은 보험사로부터 합의금 명목으로 평균 100만 원 정도를 받았다 이 중 70~80% 가량을 김 씨에게 건넸다.
김 씨 일당의 보험사기 수법은 치밀했다. 이들은 보험사로부터 최대한 많은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여러 명이 한번에 승차할 수 있는 버스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렌트카를 범행에 이용한 것도 버스를 들이받아 발생하는 보험료 등 각종 비용을 렌트카 업체가 가입한 보험사에 떠넘기기 위해서였다.
김 씨 등 61명은 지난해 6월부터 올 1월까지 버스와 택시 승객으로 위장한 사고 4건, 차량 사고로 위장한 사고 13건 등 총 17차례 고의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 1억3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범행을 위해 4차례 무면허운전을 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10, 20대들 사이에서 아르바이트 목적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