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리더 인터뷰]이준호 덕산그룹 회장
덕산그룹 이준호 회장은 최근 동아일보와 만나 “벤처·스타트업 기업이 울산의 전통산업과 융합하면 새로운 형태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어 울산 산업의 르네상스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 창업에 힘을 보태겠다”며 사재 300억 원을 UNIST에 기탁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소재산업 입국(立國), 그 중심에 덕산(德山).’
11일 오전 울산 북구 연암동 덕산홀딩스 4층.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기업인 덕산그룹 이준호 회장(75) 집무실 벽면에는 이 회장의 사진과 함께 이 글귀가 크게 붙어 있었다. 이 회장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미래에 가슴이 설렌다. 청년 창업 활성화에 힘을 보태겠다”며 최근 사재 300억 원을 UNIST에 기탁해 화제가 됐던 인물.
UNIST는 이 회장이 쾌척한 300억 원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금을 보태 학교 안에 교수와 학생 창업 전용 건물인 ‘챌린지 융합관’(가칭)을 지을 계획이다. UNIST는 챌린지 융합관이 완공되면 정보기술(IT), 바이오테크(BT), 인공지능(AI), 시스템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기업 창업이 활발해져 울산을 혁신 산업도시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인들의 도움만으로 부품을 납품하면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이 회장은 1997년부터 기업의 새로운 발전 인자가 될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이 회장이 찾은 아이템은 울산대가 산학협력으로 개발 중이던 ‘솔더볼’이다.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핵심 소재인 솔더볼은 당시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가 거의 없어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다. 1999년 솔더볼 전문 생산 업체인 덕산하이메탈을 창업했다. 3년여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2002년 삼성전자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고 납품을 시작했다. 현재 덕산하이메탈은 이 분야에서 국내 1위, 세계 2위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이 회장은 “덕산하이메탈 창업 당시 수입에 의존했던 IT 소재를 국산화하지 않고는 산업 강국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연구개발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덕산그룹은 현재 덕산하이메탈을 비롯해 덕산네오룩스, 덕산테코피아 등 상장사 3곳을 포함해 9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상장사 3곳의 시가총액은 2조3000억 원. 덕산네오룩스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핵심인 발광 소재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덕산테코피아는 반도체 박막 형성용 증착 소재(HCDS)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했다. 최근 발사된 ‘누리호’에 항법장치(GPS)를 공급한 덕산넵코어스도 덕산그룹 계열사다.
이 회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같은 첨단 소재 산업을 하면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를 결국은 사람, 특히 이공계 인재가 해결한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모교가 아닌 UNIST에 발전기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이 회장은 “2009년 3월 개교한 UNIST가 단기간에 국내 상위권에 진입한 데다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며 “내 고향이고 사업을 일군 토대가 된 울산의 UNIST에서 한국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고 싶어 기탁했다”고 말했다.
또 “UNIST 이용훈 총장이 우수한 학생들이 연구개발에만 매달리지 말고 벤처기업 창업을 유도하는 ‘실전형 교육’을 시키는 것도 발전기금을 내놓은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챌린지 융합관에서 많은 교수와 학생들의 벤처 및 스타트 기업이 탄생하고 언젠가는 노벨상 수상자도 나오기를 기대한다”며 “이곳에서 탄생하는 벤처·스타트업 기업이 울산의 전통산업인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형태의 산업으로 발전하는 ‘울산 산업의 르네상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