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 위원장. 동아일보DB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당 안팎에서 듣기 거북한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후보 주변 인사들에 대해 “파리 떼”에 이어 “자리 사냥꾼” 등 비판을 쏟아냈다. 윤 후보 측에선 “상왕 선대위냐”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여기에 이준석 대표는 연일 김 전 위원장의 원톱 지휘권을 강조하고, 윤 후보 지지 세력은 당 대표 소환 주장까지 펴고 있다.
윤 후보의 선대위를 원톱 체제로 하든 공동 체제로 하든, 김 전 위원장이 전권을 행사하든 말든 국민의힘 내부 문제다. 다만 선대위 주도권을 놓고 이런 식의 신경전이 열흘 가까이 지속되는 것은 볼썽사납다. 일반 국민들 보기엔 정권교체 여론이 높고 컨벤션 효과를 등에 업은 윤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자 김칫국부터 마시고 자리다툼이나 하는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김 전 위원장은 “전권을 요구하지 않았다”면서도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4·7 재·보선 후 당을 떠났던 그의 기여는 경선 막판 “이번 대선은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결”이라는 말로 힘을 실어준 게 사실상 전부다. 아무리 선거 전문가라고 해도 ‘전권’ 아니면 안 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나치다. “윤 후보는 꼭두각시냐”는 여당 공격의 빌미도 되고 있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과 자신의 경선을 도왔던 캠프 인사들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입당 98일 만에 대선후보 자리를 차지했으니 당내 기반이 허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리저리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기본적인 역량의 문제다. 국정은 얼마나 더 복잡하겠나. 선대위 구성을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윤 후보의 정치력을 가늠하는 1차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