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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올해 신입행원 공개채용을 하지 않는다. 다른 은행들도 공채 대신 수시채용을 늘리고 있다. 대기업에서 시작한 공채 폐지가 금융업계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공채가 없어지면 필요 인력만 조금씩 뽑아, 전체 일자리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금융 업종은 제조업보다 평균 연봉이 높고 고용도 안정적이다. 청년들이 신입으로 갈 수 있는 최고등급 일자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은행들은 산업 변화에 발맞춰 채용 방식을 수시 위주로 바꾼다고 한다. 한꺼번에 뽑아 부서별로 나누는 방식으로는 비대면과 정보기술(IT)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올 연말까지 5대 시중은행이 정기 공채로 뽑은 신입행원은 1000명 안팎으로 2년 전의 절반에 그쳤다. 공채 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지만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추세는 경력자보다 졸업생에게 불리하다.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몸집 줄이기도 활발하다. 금융 업무가 디지털과 비대면 위주로 바뀌면서 영업점 인력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 상품의 80∼90%가 비대면으로 팔리는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점포 304곳을 정리했고, 내년 초까지 250개 안팎을 더 정리할 계획이다. 명예퇴직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1∼9월 5대 시중은행 명예퇴직 인원은 1644명으로 이미 전년 전체 1531명을 넘어섰다. 적은 점포와 인력으로 은행을 운영하는 흐름은 당분간 바뀌기 어려울 것 같다.
▷금융업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168조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금융업이 공적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부여한 ‘금융업 면허’로 막대한 이익을 얻으면서, 산업 변화를 핑계로 고용에 대한 공적 책임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수시채용을 명분으로 시장이 만들어 놓은 인재만 가져다 쓰는 것도 옳지 않다. 디지털 인재가 필요하다면 대학과 협조해 직접 양성할 수 있다. 은행들이 공적 기능을 외면한다면 국가도 그들에게만 금융업 면허를 허용할 이유가 사라진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