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분할’ 검찰 공소장, ‘성명 불상’ 공수처 영장 검사들의 사명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가 되는 것
정원수 사회부장
‘부부장검사 1명, 수사 참여 검사 17명.’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지난달 21일과 이달 1일 두 차례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공소장에는 검사 18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대형 사건을 수사할 때 검사 2, 3명의 성명을 함께 적는 경우는 간혹 있었다. 하지만 부부장검사가 대표로 서명하고, 소속 검사뿐만 아니라 파견된 검사들까지 10명 이상의 이름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공소장은 처음이라고 해도 될 만큼 흔치 않다.
궁금해서 반부패 수사 경험이 많은 전현직 검사들에게 “이런 공소장을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대부분 “납득이 안 된다”며 놀라워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왜 공소장을 이렇게 썼다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묻자 “책임을 18분의 1로 분할한 것”이라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등이 고발돼 수사 대상이고, 검찰의 수사 결과는 나중에 혹독한 검증을 받을 게 분명하다.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 중요한 의사 결정을 수사 지휘부 혼자 한 게 아니라 수사팀 전체의 중지(衆志)를 모았다는 근거를 남겼다는 추론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검찰과 다를 게 없다.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의 핵심 참모였던 손준성 검사의 구속영장에 공수처는 ‘성명 불상’이라는 표현을 23번 사용했다. ‘손 검사가 성명 불상의 검찰 상급자, 야당 인사와 각각 공모해 성명 불상의 검찰 공무원에게 고발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도록 한 뒤 성명 불상에게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했다’는 내용의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이상한 일 아니겠나.
2018년 6월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허익범 당시 특별검사의 수사 능력과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당시 그는 “나는 검사로 재직할 때 ‘대한민국 검사’라는 명함을 갖고 다녔다. 어떤 검찰청을 대표해서 근무하는 게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해서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얘기를 듣고 저런 자세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검찰청이나 공수처 등 소속을 떠나 국민으로부터 국가 권력의 행사를 위임받은 검사의 제1 사명은 업무를 수행할 때 중립적 위치에서 일하는 것이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헌법 7조 1항의 명령이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공수처 검사가 아닌 대한민국에는 오직 대한민국 검사만 존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