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청년 잡아야 승리” 총력전
“청년 여러분, 한국의 오바마, 마크롱이 돼보지 않겠나. 현행 40세인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13일 페이스북)
여야 대선 후보는 주말 동안 2030세대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에 집중했다. 이재명 후보는 ‘매주 타는 민생버스(매타버스)’ 전국 순회 이틀째인 13일 버스 안에서 부산 지역 젊은이 4명과 반상회를 열고 이들과 토론을 벌였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를 강조하며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하향 조정을 약속한 데 이어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을 관람하며 젊은 세대와 접촉면을 넓혔다.
○ 캐스팅보터는 ‘중도층’보다 ‘청년층’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상당 기간을 영남과 호남, 충청 지지층이 후보별로 결집하는 ‘지역 투표’가 당락을 결정했다. 그러다 2012년, 2017년 대선에선 30대 이하 젊은층과 60대 이상 노년층이 각각 다른 후보에게 결집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내년 대선에선 여야 후보 모두 2030세대에서 뚜렷한 우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8, 9일 만 18세 이상 전국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대별 후보 지지도에서 40대에선 이 후보(46.7%)가 윤 후보(26.9%)를 앞섰다. 60대 이상에선 윤 후보(62.8%)가 이 후보(22.8%)의 3배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결집했던 2030세대 표심의 향방은 안갯속이다. 20대에선 윤 후보(33.2%)가 이 후보(16.9%)에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30대에선 이 후보(30.4%)와 윤 후보(29.1%)가 혼전이다.
특히 ‘다른 후보 지지로 바꿀 수 있다’고 답한 20대는 69.1%, 30대는 61.0%로 나타나 50대(20.7%), 60대(16.1%)에 비해 유동적인 태도를 보였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李, 현 정부 실망감에 이탈 청년층 잡기 사활
민주당과 이 후보는 지지율 취약층으로 분류되는 2030세대를 향해 각종 공약을 쏟아내며 구애에 나서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첫 2박 3일 일정이었던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이어 8주 동안 매타버스로 전국을 순회하며 청년들과의 소통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청년 맞춤형 공약도 쏟아내고 있다. 연간 200만 원의 청년 기본소득 지급과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방안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전 국민 일상회복 방역지원금 지급’도 상대적 빈곤감이 큰 2030세대 표심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가 청년 표심 잡기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2030세대 없이는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값 폭등, 청년실업 등으로 청년세대의 실망감이 높아지면서 진보진영의 전통적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2030세대가 대거 이탈했다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 尹 “2030세대에 공정성 되찾아주겠다” 공략
국민의힘은 2030세대가 현 정부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낸 원인으로 ‘공정’ 이슈 등을 꼽으며 대책을 제시해 접근하겠다는 전략이다. 윤 후보도 ‘30대 0선’인 이준석 대표와 연대해 2030세대 표심을 결집시키겠다는 계획이다.최근 이 대표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피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자 윤 후보가 이에 화답하며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하향까지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윤 후보는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 등 부동산 정책에서도 청년 세대에 최우선적으로 혜택을 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29세 이하 자산 대비 부채비율, 5년새 17% → 33%
취업문 좁은데 창업도 가시밭길… 폐업률 20% 전세대 중 가장 높아 취업 대신 선택하는 ‘청년 창업’도 답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29세 이하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20.1%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2015년과 비교하면 다른 세대 폐업률은 감소했는데 29세 이하 폐업률만 0.3%포인트 늘며 역주행했다. 대표적인 서민 자영업 창업 업종인 음식점 창업에 있어서도 지난해 20대 폐업률은 19.4%로 전 연령층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업, 음식업, 서비스업, 대리·중개·도급업 등 모든 업종을 통틀어 29세 이하의 폐업률이 가장 높았다.
취업 창업이 어렵다 보니 빚이 쌓이는 속도는 빨라졌다. 통계청의 가구주 연령대별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을 보면 2015년에는 ‘29세 이하 청년’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16.8%로 60세 이상(13.4%)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당시에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비중이 높고 소득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30대(22.1%), 40대(21.3%) 등이 자산 대비 부채 상위 그룹을 구성했다.
하지만 29세 이하의 청년 부채 비율은 2017년 24.2%로 전 세대 중 1위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는 32.5%까지 치솟아 30대(28.4%), 40대(23.3%)와 격차를 벌렸다. 부동산 자산 규모가 미미한 청년이 대출을 받아 주식, 가상자산 등에 투자하거나 아예 빚을 내 생계를 꾸리는 경우가 늘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청년들은 향후 경제적으로 두고두고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취업 적령기 때 노동 경험을 제대로 쌓지 못한 채 빚이 늘다 보니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원리금이 불어나 ‘빚이 빚을 만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2015년과 지난해의 세대별 순자산을 비교하면 40대는 순자산이 1억 원 이상 늘어나는 등 대부분 세대의 순자산이 증가했는데 29세 이하 청년만 순자산이 132만 원 감소했다. 청년층(29세 이하 가구주)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015년에 16.8%로 60세 이상 세대(13.4%) 다음으로 낮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32.5%로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실업-폐업-부채 비율’ 全연령대서 가장 높아
체감경제고통지수 역대 최악… 청년 표심, 대선 좌우할 변수로B 씨(28)는 올해 초 2년간 운영해 온 카페를 폐업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여의치 않았던 B 씨는 오랜 목표 중 하나였던 카페 창업을 마음먹었다. 부모님 지원을 바탕으로 일부 대출을 받아 수도권에 작은 카페를 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크게 줄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청년층(15∼29세)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A, B 씨 같은 사람들은 점차 늘고 있다. 취업이 안 되고 창업에 나서도 실패하고 그러다 보니 빚은 많아지는 ‘청년 3중고’를 겪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해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15∼29세의 고통지수가 27.2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2015년 해당 지수 산출 이래 최고치다. 60대 18.8, 50대 14.0, 30대 13.6, 40대 11.5의 순이었다. 체감경제고통지수는 체감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해 산출한 수치로 이 지수가 높으면 그만큼 경제적으로 궁핍하다는 걸 뜻한다.
29세 이하(지난해 기준 20.1%) 개인 사업자 폐업률은 전 연령대 평균(12%)보다 높았다. 29세 이하 가구주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32.5%로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여야 정치권은 이들이 내년 대선을 좌우할 ‘캐스팅보터’가 된다고 보고 공약 마련에 고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연 200만 원의 청년 기본소득 지급과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등의 공약을 내놨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 등 부동산 정책에서 청년 세대에게 최우선적인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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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