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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만 달러 훔쳐 달아난 美 은행직원 52년 만에 찾아내

입력 | 2021-11-15 15:52:00

사진=미국 법무부 산하 연방보안관실(USMS) 트위터 캡처


미국 수사당국이 1969년 자신이 근무하던 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훔치고 잠적했던 남성을 52년 만에 찾아냈다.

14일(현지시간) CNN 등 복수의 외신은 미 법무부 산하 연방보안관실(USMS)이 지난 12일 52년 전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발생한 은행 절도 사건의 범인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범인의 실명은 시어도어 콘래드로, 클리블랜드의 한 은행에서 창구 직원으로 일했으며 교대근무를 마치면서 종이봉투에 21만 5000달러를 훔친 뒤 종적을 감췄다. 이 금액은 현재 시세로 170만 달러(약 20억 원)에 달한다.

당시 사건은 금요일에 발생했고, 은행은 월요일에 그가 출근하지 않을 때까지 피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후 그의 행방을 찾는데 실패하자 이 사건은 미국 내에서 ‘미해결 미스터리’, ‘미국의 가장 악명 높은 지명수배자’ 등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미국 수사당국은 꾸준히 캘리포니아에서 하와이, 텍사스 등 각지로 그를 찾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중 올해 5월 ‘토머스 랜들’이란 남성이 폐암으로 숨졌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수사가 진전됐다. 당국은 랜들의 부고를 토대로 몇 가지 단서를 확인, 과거 수집된 정보들을 다시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이 남성의 진짜 생일은 1949년 7월 10일이지만, 부고에는 1947년 7월 10일로 기재돼 있어 범인의 생일과 비슷했다. 부고에 나온 부모님 이름, 실제 모교인 뉴잉글랜드대, 출생지인 덴버도 범인의 정보와 일치했다. 그의 대학 지원서에 있는 서명도 범인이 2014년 보스턴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을 때의 것과 동일했다.

끈질긴 수사 끝에 범인은 1970년부터 보스턴에서 토머스 랜들이라는 가명으로 살아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당시 22살이던 청년은 70대가 되어 이미 숨졌다. 연방보안관실에 따르면 범인은 당시 은행에 취직하기 1년 전부터 은행 강도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에 푹 빠져있었으며 친구들에게 은행에서 돈을 빼는 것이 얼마나 쉬운 지 자랑했다고 한다.

사건 종결에 일등공신은 USMS의 직원 엘리엇 부자였다. 1969년부터 1990년까지 클리블랜드 USMS에서 일한 존 K.엘리엇은 콘래드를 추적하면서 증거들을 모았다. 그의 아들 피터 J.엘리엇도 USMS의 직원이 돼 이번 사건을 조사했다.

아들 엘리엇은 “아버지는 콘래드 추적을 멈추지 않았고, 지난해 숨질 때까지도 사건 종결을 원했다”며 “그의 조사가 수십 년간의 미스터리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을 아시고 좀 더 편히 잠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영민 동아닷컴 기자 mindy59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