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12월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외 시도당위원장 간담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12.1/뉴스1 © News1
15일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입과 한기호 국민의힘 사무총장의 거취를 두고 윤 후보 측과 이준석 대표 측 간 갈등이 수면 위로 올랐다.
두 가지 사안 모두 양측의 입장이 엇갈린다. 먼저 윤 후보 측에서는 김 교수의 선대위 영입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지만, 이 대표는 “김 교수가 영입되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안 할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1.11.15/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지난 7월 김 교수를 처음 만난 윤 후보는 후보 선출 직후인 지난 7일에도 김 교수를 따로 만나며 선대위 합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김 교수의 합류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그 가능성은 크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교수 영입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김 전 위원장의 성격과 김 교수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두 사람 모두를 영입했을 때 화학적 결합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선대위 구성안을 보고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겠다는 방침이다. 윤 후보 캠프 인사를 두고 ‘파리떼’라고 지칭한 만큼 선대위에 들어간 인사들의 면면을 보고 합류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인사에 방점을 찍은 건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추진력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비대위원장으로서 당 중진들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놓고 안 후보를 저격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뱉자 중진들은 ‘사퇴’를 거론하며 반발했다.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강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당내 중진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확실히 눌러야 한다. 선대위 합류 인물들의 면면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런 생각에 반하는 것이 김 교수 영입이다. 김 교수는 지난 4월15일 페이스북에 “(김종인의) 일 처리 방식은 대체로 일방적이라 개혁이나 관리에 성공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조직이나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이 큰 것도 아니어서 좋은 관리자나 개혁가는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김 교수가 글을 올린 시점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지 한 달여 후다. 김 교수는 “김 전 위원장이 다시 윤 전 총장을 향해 손짓을 보내고 있는 거 같다”며 “하지만 ‘공정’의 가치를 높이 들고 있는 윤 전 총장이 30년 전 그때 돈으로 2억1000만원, 어마어마한 돈의 뇌물을 받은 전과자와 손을 잡겠나”라고 말하며 김 전 위원장의 아킬레스건도 건드렸다.
김 교수가 선대위에 참여한다면 김 전 위원장보다는 낮은 직급일 가능성이 크다. 당 일각에서는 ‘총괄선대위원장 김종인-상임선대위원장 김병준 카드’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김 교수 영입설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배경에는 ‘김종인 견제’가 자리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대위 구성 전부터 ‘고자세’를 유지하는 김 전 위원장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만약 김 교수가 영입된다면 김 전 위원장과 윤 후보 간 의견 대립 시 윤 후보 의중에 힘이 실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떤 상황이든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을 내용임이 분명하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 대표 말대로 김 교수가 선대위에 합류한다면 김 전 위원장과 원만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윤 후보가 캠프 사람들도 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잡음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윤 후보 측은 이에 대해 “김 교수가 과거 김 전 위원장을 비판했지만 정치라는 것이 비판도 하고 이를 수용하고 또 화합하고 그러는 것 아니겠나”라며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원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두 분 모두 좋은 케미(궁합)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은 김 전 위원장뿐만 아니라 사무총장 인선 문제를 놓고 이 대표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 후보 측은 원활한 대선 관리를 위해 이 대표가 임명한 한기호 사무총장 대신 측근을 기용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이 대표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양측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당장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생략했다. 회의 후 기자들과의 백브리핑 시간도 갖지 않았다.
윤 후보는 공지된 일정과 달리 최고위원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이용호 무소속 의원(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과 오찬을 하며 선대위 합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2021.11.15/뉴스1 © News1
반면 윤 후보 측은 “대선 후보가 사무총장을 새로 임명하는 것이 관례였다”며 “후보 측에서 한 사무총장에게 조언한 것을 두고 압박을 언급하며 갈등 양상으로 끌고 가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김 교수의 선대위 영입과 한 사무총장의 교체를 밀어붙인다면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와의 갈등 속에서 선대위 첫발을 떼게 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윤 후보가 적어도 김 전 위원장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해야 대선 정국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