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11시경 서울 종로구 종각역 앞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1일 ‘위드 코로나’ 1단계 시행으로 식당과 술집의 영업이 24시간 가능해지면서 늦은 밤 귀가하는 시민들이 크게 늘어 심야시간대 ‘택시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 택시를 잡아보려 했지만 허탕만 쳤네요.”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A 씨(26)는 최근 밤 12시를 넘긴 시간까지 회사에서 야근을 했다. 회사가 있는 종로에서 집에 가기 위해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불렀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다른 택시 앱을 이용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오전 2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서대문구에 사는 B 씨(42)도 오후 11시경 시청 주변에서 회식을 마치고 택시를 잡기 위해 큰길까지 나왔지만 한 시간 가량 시간만 허비하다 결국 집까지 걸어갔다. 그는 “일반택시보다 비싼 대형 승합차 택시마저 잡을 수 없어 회식이 늦게 끝나면 늘 고전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 택시는 ‘줄고’ 이용객은 ‘늘고’
현재 택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밤 시간대(오후 11시~다음날 오전 4시) 택시의 평균 영업 건수는 지난달 시간당 1만6510건에서 이달 들어 시간당 2만8972건으로 75.5% 급증했다. 그만큼 많은 승객이 이용한다는 의미다. 반면 이달 밤 시간대 운행 택시는 시간당 1만6519대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5551대 적은 74.8% 수준이다.
운행 대수가 줄어든 것은 기사 감소와 관계가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법인택시 사업장에는 7만7934명(8월 기준)의 기사가 근무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12월(10만2320명)보다 23.8% 줄어든 수치다. 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승객은 없고 연료비는 계속 오르다보니 많은 기사들이 택배, 배달 쪽으로 떠났다”며 “경영난으로 폐업하거나 한시적 휴업하는 회사도 여러 곳”이라고 하소연했다.
● 2년 만에 개인택시 ‘부제’ 푼다
시는 법인택시 운수종사자 확충을 위해 다음달 초 전체 254개 택시회사가 참여하는 ‘택시기사 채용박람회’도 연다.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개인택시 부제 해제로 운행 택시는 늘겠지만 법인택시 업계 상황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사들이 택시업계로 다시 돌아오도록 유류세 인하, 택시요금 인상 등의 여러 유인책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