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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초선들 “비대해진 선대위, 현장성 떨어져” 불만 표출

입력 | 2021-11-15 18:26:00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참석자들과 정당쇄신·정치개혁 의원모임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영덕, 전용기, 김용민, 장경태, 김승원 의원. 2021.11.10/뉴스1 © News1


15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재명 후보 선출 이후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데다 선대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당을 덮치고 있는 것.

민주당 초선 의원 10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선대위가 국회의원 중심, 선수(選數)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현장성이 떨어진다”며 “사회 각계각층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외부인재를 영입해 전면 배치하고 이들에게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이 ‘원팀 용광로 선대위’를 꾸려 163명의 현역 의원이 모두 참여했다고 강조한 지 채 보름도 안 됐지만 선대위를 전면 쇄신 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 후보 역시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이 민주당에 가진 높은 기대가 실망으로 변질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민주당이) 현장의 어려운 문제에 대해 좀 더 민감하고 신속히 반응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이런 반응은 후보 확정 한 달여가 지나도록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여권 관계자는 “선대위를 향한 불만은 현역 의원은 많은데 정작 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대선에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모두가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발족식만 하고 실제로 발족은 안 된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우상호 의원은 15일 당 선대위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9일 3차 선대위 인선을 통해 소속 의원 163명(장관 제외) 전원이 참석하는 메머드 선대위가 닻을 올렸지만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선대위 출범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이날, 민주당에서는 선대위를 향한 공개 질타가 줄을 이었다.

우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선대위의 대응체제가 문제가 있다”며 “송영길 선대위원장과 조정식 상임총괄본부장 이 두 라인이 쫙 돌아가야 되고 그 옆에 있는 상임본부장들이 계속 머리를 맞대고 여러 대책들을 논의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김남국 김승원 김용민 의원 등 초선 의원 10명도 이날 “당 선대위를 빠르고 날렵하고 활력 있는 조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대선 승리를 위한 기초가 될 것”이라며 외부인재 영입과 청년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선대위 활동을 주문했다.

선대위에 대한 공개 불만이 터져 나온 1차적인 원인은 “머리만 많고 일을 할 손과 발이 없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163명 현역 의원이 다 참여한 건 좋은데 보고와 결재 등으로 정작 업무가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최지은 선대위 대변인도 이날 페이스북에 “경선 캠프에서 보였던 민첩함과 생기발랄한 에너지는 잃어버리고 선거조직이 나이가 깡패인 관료 조직화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선 후유증 극복을 위해 ‘원팀’ 선대위를 강조한데 따른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경선 주자 캠프 인사를 고루 포진시키다 보니 공동선대위원장은 12명, 대변인은 18명에 달한다. 한 여당 의원은 “고루 등용한 건 좋은데, 사람만 많고 결정권자는 없다”며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조직인 ‘광흥창팀’과 같은 핵심 그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대위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결국 이재명 후보의 측근 그룹이 전권을 쥐는 쪽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후보가 ‘이재명표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연일 민주당의 반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

여기에 여권 내부에서는 “가장 큰 문제는 지지율 정체”라는 분위기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대선을 진다는 위기 의식을 갖춰야 한다는 차원에서 공개 질타가 줄을 이은 것”이라고 했다.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당내에는 위기감이 아직 부족하다”며 “현역 의원들이나 선대위를 보면 실제로 여론이 굉장히 안 좋고 바닥 민심이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그 정도 위기감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