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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마켓뷰]LFP 배터리 대세되긴 어려울 것

입력 | 2021-11-16 03:00:00

장정훈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최근 2차전지 양극재의 한 종류인 리튬인산철(LFP)의 시장 확대를 우려하는 시각이 주식시장에 팽배하다. 테슬라가 글로벌 모델에 LFP 배터리 사용을 확대한다는 소식에 기존 NCM(니켈 코발트 망간) 또는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로 불리는 삼원계 중심의 양극재 재료에 지각변동이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원계 배터리는 최근 리튬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도 불리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삼원계가 그동안 전기차 시장에서 주력 양극재로 자리 잡았던 건 LFP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에너지 밀도 덕분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주행 거리가 늘어난다. 삼원계는 니켈 함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에너지 밀도의 개선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니켈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 삼원계 양극재 업체들의 전략적 대응을 참고하는 것이 시장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선 하이니켈 양극재 업체들이 공격적인 증설 계획을 내놓으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양극재 선두 주자인 에코프로비엠은 2026년까지 유럽 미국 등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연간 48만 t의 양극재 생산 능력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삼성증권이 추정한 2026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의 28%에 이른다.

두 번째로 하이니켈 양극재 업체들은 현재 90%인 니켈 함량을 2, 3년 내에 95%까지 고도화할 계획이다. 완성차 입장에선 하이니켈 양극재를 통해 주력 차종의 디자인 변경 없이 주행 거리를 늘리고 에너지 비용을 떨어뜨릴 수 있게 된다.

세 번째로 LFP가 경쟁적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저가 전기차 시장에 대응해 하이니켈 업체들은 ‘코발트 프리’ 전략을 쓰고 있다. 기존 삼원계 구성 재료 중 상대적으로 비싼 코발트를 망간으로 대체해 재료비를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비용 문제를 떠나 LFP와 하이니켈 삼원계의 대결 구도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부피와 무게다. 삼원계에 비해 부피와 무게당 에너지 밀도에서 약점이 있는 LFP는 동일한 배터리 성능을 내려면 더 많은 배터리를 채워 넣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국 CATL과 BYD는 재료 개선이 아닌 패키징 구조 변화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를 통한 시장 확대의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유럽 등 주요국들이 환경 이슈와 관련한 규제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LFP는 재활용 경제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LFP는 전기차 보급 확대 과정에서 일정 부분 고객 수요를 충족시켜주겠지만 하이니켈 양극재의 시장 지위를 가져오긴 어려워 보인다.




장정훈 삼성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