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늘며 밤시간 수요 76% 급증… 운행대수는 코로나前의 75% 수준 택시기사들이 택배-배달로 떠난탓… 연말까지 휴무 순번때 밤영업 허용 2000대 추가공급 효과 기대
15일 서울 중구 서울역 근처 택시승강장 모습. 서울시는 이날 택시 공급 확대를 위해 연말까지 밤 시간대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뉴스1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 택시를 잡아보려 했지만 허탕만 쳤네요.”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A 씨(26)는 최근 밤 12시를 넘긴 시간까지 회사에서 야근을 했다. 회사가 있는 종로에서 집에 가기 위해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불렀지만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다른 택시 앱을 이용해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오전 2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서대문구에 사는 B 씨(42)도 오후 11시경 시청 주변에서 회식을 마치고 택시를 잡기 위해 큰길까지 나왔지만 한 시간가량 시간만 허비하다 결국 집까지 걸어갔다. 그는 “일반택시보다 비싼 대형 승합차 택시마저 잡을 수 없어 회식이 늦게 끝나면 늘 고전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 택시는 ‘줄고’ 이용객은 ‘늘고’
현재 택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밤 시간대(오후 11시∼다음 날 오전 4시) 택시의 평균 영업 건수는 지난달 시간당 1만6510건에서 이달 들어 시간당 2만8972건으로 75.5% 급증했다. 반면 이달 밤 시간대 운행 택시는 시간당 1만6519대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5551대 적은 74.8% 수준이다.
운행 대수가 줄어든 것은 기사 감소와 관계가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법인택시 사업장에는 7만7934명(8월 기준)의 기사가 근무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12월(10만2320명)보다 23.8% 줄어든 수치다. 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승객은 없고 연료비는 계속 오르다 보니 많은 기사들이 택배, 배달 쪽으로 떠났다”며 “경영난으로 폐업하거나 한시적으로 휴업하는 회사도 여러 곳”이라고 하소연했다.
○ 2년 만에 개인택시 ‘부제’ 푼다
서울시는 우선 16일 오후 9시부터 연말까지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하기로 했다. 개인택시는 운전자 과로 방지, 차량 정비, 수요·공급 조절 등을 위해 3부제(가·나·다)가 적용돼 2일 운행 뒤 하루씩 쉰다. 휴무인 개인택시는 이번 조치에 따라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에는 영업을 할 수 있다. 연말 부제 해제는 2년 만이다. 시 관계자는 “2000대의 택시가 추가 공급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