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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행안위 방역지원금 예산 증액 불발, 與 ‘꼼수’ 이쯤서 접어라

입력 | 2021-11-16 00:01:00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 참석한 洪부총리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왼쪽 손을 이마에 짚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8조1000억 원(1인당 20만 원 기준)의 방역지원금, 즉 이재명 대선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예산 증액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다만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이 합당하다”는 야당의 부대 의견을 달아 예결위로 넘겼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이재명표 재난지원금’을 관철시키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다른 예산을 잘라내고 대신 방역지원금을 증액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10조 원 남짓으로 추산되는 올해 초과 세수는 우선 대부분 국채 상환이나 지방교부세 등에 배정해야 하고 나머지도 자영업자 손실보상 등에 써야 하기 때문에 여유분이 없다. 또 민주당에선 11, 12월에 걷힐 세금의 과세 시점을 미뤄 내년 세입으로 잡자는 ‘납세유예’ 꼼수 아이디어까지 나왔지만 재정 당국은 법적으로 납세유예 대상이 안 된다는 태도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500일간 쓴 마스크 값만 25만 원”이라며 지급 명목을 ‘일상회복 방역지원금’으로 바꾸기도 했다. 새 항목을 신설하지 않고 행정안전부의 방역지원 예산을 증액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확보하려는 꼼수였다. 지급 규모도 1인당 25만 원, 다시 20만 원으로 낮췄다. 이런 식의 예산 추진은 억지이고 전례를 찾기도 힘들다. 정부는 예산안 국회 제출에 앞서 몇 개월 동안 당정 협의를 거친다. 여당 대선 후보의 한마디에 이런 식의 끼워 넣기 행태가 벌어지는 게 정상인가.

그런데도 청와대는 “당정이 현명한 결론을 도출하길 바란다”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당정청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물가마저 불안한 상승세를 보이는 지금은 선심성 현금을 뿌릴 때가 아니다. 여당의 꼼수는 이쯤에서 접어야 한다. 이 후보가 지역화폐 정부 예산이 올해 20조 원에서 6조 원으로 삭감된 것을 놓고 “따뜻한 방 안의 책상에서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 현장에선 정말로 멀게 느껴진다”며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콕 집어 비판한 것도 적절치 않다. 예산 심의까지 대선 판에 휘둘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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