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용 칼럼니스트
이른바 ‘위드 코로나’ 2주 차인 주말 오후 10시 넘어 집 근처 유흥가에 가 보았다. 실제 사람들이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내가 간 곳은 대형 유흥가였다가 바람 빠진 공처럼 상권이 축소됐다. 그래도 골목 몇 개씩을 채울 만큼의 술집과, 젊은이들이 첫차를 기다리거나 공부를 하는 24시간 카페가 서너 곳 있을 만큼 컸다. 종전엔 24시간 카페에는 새벽 두 시쯤이면 엎드려 잠든 취객 사이로 수험생들이 두꺼운 책장을 넘기곤 했다.
그 모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이 동네의 카페들은 자정 전후로 문을 닫는다. 카페 같은 일반음식점은 24시간 운영해도 괜찮지만 실제 점주들이 아직 24시간 운영을 결정하기엔 조금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길 건너 패스트푸드점만 다시 24시간 운영으로 돌아갔다. 하긴 그곳은 24시간 배달을 했으니 2층 식당의 심야 이용만 가능하게 해 주면 되었다.
패스트푸드 식당에 들어가자 익숙한 대도시 밤 풍경이 나타났다. 젊은 사람들이 앉아 각자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잠시 술을 깨려는 사람, 아직 끼니를 못 채워 혼자 햄버거를 먹는 사람, 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각자의 사정에 따라 시간을 보냈다. 방역 수칙은 몸에 밴 습관처럼 지켜지고 있었다. 모든 자리는 한 테이블씩 떼어 앉도록 조정되었고, 테이블 하나 건너 ‘여기는 앉지 마시라’고 한 푯말이 올라와 있었다. 술에 취한 사람들도 모두 그 규칙을 따랐다.
그 사이에서 젊은이들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2021년판 낭만과 추억을 쌓으려는 듯 보였다. 이제 접근금지 테이프를 뗀 노천 무대에는 신청곡을 받아 발라드를 불러주는 길거리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주변에서 약 40명의 사람들이 콘서트 관객처럼 함께 손을 흔들어 주었다. 문을 연 지 20년은 된 인형 뽑기 사격장과 그 앞 펀칭 머신에도 남자들이 대여섯 명은 붙어 있었다.
새로 돌아온 토요일 밤은 우리가 알던 모습과 조금만 달라졌을 뿐이었다. 없어진 것들과 변한 것들이 뒤섞인 거리에서 젊은 사람들이 여전히 걷고 웃고 취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의 젊은이와 앞으로의 미래가 기존과는 엄청나게 변할 거라고도 하지만, 즐겁고 싶고 외롭지 않고 싶은 인간의 기본 욕구는 하나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가에 술에 취한 젊은이 한 명이 초코우유를 옆에 놓고 웅크려 앉아 졸고 있었다. 술에 취하면 단걸 찾는 마음도 시대와 세대를 불문하는 것이었다.
박찬용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