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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中 중시하다 美 정책결정시 간과될 위험성 있어”…반박 당한 최종건

입력 | 2021-11-16 05:24:00

미국을 방문 중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2021년 11월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News1(주미한국대사관 제공)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한미 관계를 주제로 열린 전략포럼에서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이며 현실적으로 베이징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미국 행정부의 전직 고위당국자들은 “한미 동맹이 장기적으로 약화하고 미국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한국이 간과될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최 차관은 이날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우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미 두 나라는 21세기의 동맹이 어떤 것인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며 한미 동맹이 전통적인 안보 뿐 아니라 경제, 문화 분야에서도 파트너십을 진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시기에 문제가 있을 때 우리는 베이징이나 도쿄에 가지 않고 워싱턴으로 왔다”며 “우리가 어려움과 난관에 직면할 때마다 함께 할 상대는 미국의 친구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중국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들은 전략적 파트너”라며 “다른 국내정책과 마찬가지로 외교정책 또한 한국인, 한국 중산층의 필요와 이해관계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의 교역 규모는 미국 및 일본을 합친 것보다 크고 그 시장에서 오는 큰 수익의 혜택을 즐기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급망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에서 오는 여러 품목에 대한 의존도는 우리 문제만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현실적으로 베이징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좋든 싫든 간에 그것이 우리 정책의 현실”이라고 했다. 한국이 지리적으로 중국에 가장 가까운 국가임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 차관의 질의응답이 끝난 뒤 같은 자리에 패널로 참석한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어느 한 쪽은 무언가를 중요하고 핵심적인 도전으로 보는데 다른 한 쪽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동맹관계를 가질 수는 없다”며 “(한국이) 그런 식으로 표류한다면 (한미)동맹이 점차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것은 미중 한 쪽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주권을, 국제질서와 규칙을, 공정한 무역을, 평화로운 분쟁 해결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그러면서 “한국은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의 3자 안보 협의체) 신설 과정에서 프랑스처럼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핵심 정책결정권자들은 프랑스에 대해 충분하고 합당한 고려를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한국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상황에 놓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프랑스는 당초 호주와 대규모 디젤잠수함 건조 계약을 맺었으나 이후 호주가 미국과 오커스를 결성하고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을 전수받기로 하면서 계약이 파기되자 “동맹의 뒤통수를 때렸다”고 강하게 반발했었다.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도 “미국과 중국 간 ‘강대국 파워 경쟁(great power competition)’은 더 확대되고 더 집중적으로 진행되면서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다”며 “미중 관계가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동맹들이 받는 영향도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 아시아 선임보좌관을 지낸 메데이로스 교수는 미국 내 반중 여론의 강화, 중국 인권유린 상황 등에 대한 시민사회 단체들의 문제 제기, 의회에서 잇따르는 중국 견제 법안 등도 거론했다. 더 이상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메데이로스 교수는 최 차관이 기조연설에서 남미와 이란, 미얀마 등 전 세계 주요 현안들을 언급하면서도 막상 중국 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것과 관련, “최 차관이 ‘이제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중요하고 까다로운 문제)’를 이야기하겠다‘고 했을 때 중국이 나올 줄 알았는데 북한이었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