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 등 인간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을 위한 코로나 19 백신이 개발돼 있지만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에게 코로나 백신을 접종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한해 동안 전세계 수십억명이 코로나 19 백신을 접종한 반면 동물들은 노아의 방주에 탔던 만큼만 접종했다. 그 중에는 재규어도 있고 보노보 원숭이, 오랑우탄, 수달, 페렛, 과일박쥐 사자와 호랑이, 곰도 포함된다.
그러나 인간과 가장 가까운 개와 고양이는 접종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많은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반려동물을 위한 백신은 이미 개발돼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미 고양이와 개를 위한 백신을 개발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동물원의 동물들이 맞는 백신이 당초 개를 위해 개발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려동물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 개와 고양이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만 그들은 거의 또는 전혀 세균을 퍼트리지 않으며, 앓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학교 수의사 윌 샌더 박사는 “개와 고양이에게는 백신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며 “개와 고양이가 감염되거나 앓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2020년 홍콩의 한 여성이 코로나 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됐으며 그의 가족 중 두사람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중 하나는 나이가 많은 포메라니언 품종의 반려견이었다. 17살 먹은 이 반려견이 코로나 19에 감염된 최초의 반려견이었다.
레넌 박사는 “현재까지 개와 고양이가 사람에게 균을 옮긴다는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려동물 사이에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 덕분에 동물 백신이 개발됐다. 동물용 의약품을 만드는 뉴저지주 조에티스사가 홍콩 포메라니안이 감염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백신 개발을 시작했다.
백신 개발을 이끈 조에티스사 수석 부사장 마헤시 쿠마르는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백신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20년 가을에 조에티스사가 4종의 예비 백신을 만들었고 이들 모두 개와 고양이에게 강력한 항체반응을 일으켰다는 임상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당시 임상대상 반려동물수가 적어서 실험 결과를 출판하지는 않았다.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과 함께 사는 반려동물 76마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고양이 17.6%와 개 1.7%만이 양성으로 나타났다.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양이가 개보다 더 쉽게 감염되는데 생물학적 특성이나 행동 특성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된 반려동물 가운데 82.4%가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도 매우 미약했으며 무기력, 기침, 재채기, 콧물, 설사 등의 증상이 있었다. 동물들은 대부분 치료를 받지 않고도 완전히 회복했으며 소수만이 심한 증상을 보였다.
이에 더해 고양이와 개가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감염시킨다는 증거는 없다. 또 반려동물 사이에도 감염을 빠르게 확산시킨다는 증거도 거의 없다. 예컨대 사람과 함께 살지 않는 고양이들은 거의 항체가 발견되지 않는데 비해 사람과 함께 사는 고양이에게서 항체가 더 많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사람이 고양이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이지 고양이들 사이에서 감염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하이오주립대 수의사 지넷 오킨 박사는 “개와 고양이에게는 바이러스가 머물지 않는 것 같다”면서 “반려동물 주변에 감염된 사람이 없다면 동물 사이에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 사이에선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에게 백신이 불필요한 이유가 또 있다. 지난해 11월 수의학을 관장하는 미국 농업성은 “데이터에 따라 개와 고양이에 대한 백신이 불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백신 개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밍크는 예외다. 대량으로 사육되는 밍크는 매우 쉽게 감염되고 죽는 것은 물론 서로 확산시키고 다시 사람도 감염시킨다.
레번 박사는 ”밍크들에게는 백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농무성도 이달들어 밍크 백신 개발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조에티스사는 개를 위해 개발한 백신을 밍크에게 적용하기로 했다. 밍크 백신을 개발하는 곳이 몇 곳 더 있다. 러시아도 이미 밍크를 포함한 모든 육식동물용 백신을 승인했고 동물을 상대로 접종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밍크를 상대로 한 연구가 지속되면서 조에티스사가 백신을 공개하자 동물원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고릴라, 호랑이, 눈표범 등이 이미 감염돼 밍크 백신을 돌려쓰고 싶다고 한 것이다. 쿠마르 박사는 ”요청이 아주 많았다“고 말했다.
조에티스사는 실험적으로 1만3000마리가 접종할 수 있는 2만6000회분을 전세계 동물원과 동물보호구역에 제공했다.
이에 따라 동물원에 있는 고양이과 동물 즉, 사자와 호랑이는 백신을 접종받는 반면 가정에 있는 사촌격 고양이는 받지 않게 됐다. 동물원 고양이과가 접종을 받는 건 그들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종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감염된 뒤 죽은 사례가 있지만 사인을 최종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커다란 고양이들은 집고양이보다 더 많이 앓는 것 같다“는 것이 레너 박사 생각이다.
또 동물원 동물들은 일반적인 집고양이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기 때문에 감염위험이 더 크다.
아직 반려동물 백신에 대해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과학자들이 말한다. 사람이 반려동물에게 얼마나 자주 균을 옮기는지, 반려동물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등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달 초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알파 변종이 개와 고양이 심장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은 정황증거 뿐이지만 바이러스가 사람에서도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감안할 때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과학자들은 밝혔다.
반려동물들 중에도 개별적으로 바이러스에 더 취약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레넌 박사와 동료들은 최근 면역을 제거한 개가 바이러스로 심하게 앓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개는 다른 개들과 달리 1주일 새 바이러스 배출도 월등히 많았다.
반려동물 주인이 따라야 할 수칙이 있다. 양성판정을 받은 사람은 반려동물과 격리하거나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반려동물 감염을 막는 최선의 방책은 사람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오킨 박사는 ”그러니 제발 백신을 맞으라“고 권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