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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에 돌입한 유럽이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일상생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n차 유행이라고 하기에는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다시 위드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16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전 세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310만 명 중 약 3분의 2가 유럽에서 나왔다. 아울러 같은 기간 발생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약 4만 8000명 중 절반 이상이 유럽에서 나왔다. 이는 불과 1주일 만에 10% 증가한 수치다.
이달 초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내년 2월 초까지 관련 사망자가 5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한 경고가 현실이 돼가는 모습이다.
결국 규제를 풀었던 유럽 국가들 중 일부는 다시 봉쇄에 돌입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 13일부터 3주 동안 식당과 술집의 영업시간을 오후 8시로 제한하고 필수적이지 않은 상점은 오후 6시면 문을 닫게 하는 등 강도 높은 봉쇄령을 발표했다.
오스트리아는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외출을 제한하는 봉쇄령을 내렸고 독일은 재택근무를 다시 시행한다. 프랑스는 전국 초등학생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시민들의 반대와 경제적 피해에도 재봉쇄를 통해 재확산을 잡겠다는 의도다.
다만, 이들 국가들이 다시 규제에 나선 이유는 신규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한데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핵심은 다름 아닌 의료시스템 과부하에 있다. 이들 국가 역시 위드코로나에 돌입할 당시 어느 정도 확진자 증가는 예상했었다.
그러나 위중증 환자 증가 속도까지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의료시스템 붕괴 위험에 빠진 상황이다.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은 독일에서 손꼽히는 병원이지만 중환자 50명을 감당하기 어려워 이달 초부터 시급을 다투지 않는 수술은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의 긴박한 상황은 우리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드코로나 시대에 신규 확진자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 결국 문제는 위중증 환자 증가인데 우리나라 역시 이날 기준으로 495명에 달한다. 지금의 의료 시스템으로는 대응 가능한 수준이 500명인데 이미 턱 밑까지 찬 셈이다.
즉, 코로나19 확산세 여부를 떠나 이에 대응할 의료 시스템이 먼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중증 환자의 증가… 수도권 병상 확대도 중요하고 효율적인 관리도 중요하겠지만 의료진이 버틸 힘이 있어야 한다”며 의료진의 한계 상황을 언급했다.
대한의사협회 좌담회에서도 코로나19 장기화로 방역 인력의 피로감이 점점 커지면서 번아웃 증후군에 놓이기 직전인 만큼, 적절한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의료진이 무너지면 방역 시스템 또한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지금껏 K-방역을 위해 힘써 온 사람들을 일선 현장과 심리상담소 연계 등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위드코로나를 가장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덴마크조차 일일 신규 확진자가 3200여 명에 이른다. 덴마크 인구가 600만 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 비해 대단히 높은 수치다. 덴마크 역시 최근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하다 백신 패스를 다시 시행하고 실내와 대중교통에서는 마스크를 다시 쓰도록 했다. 위드코로나에 들어가더라도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는 중요한 사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