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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없는 딸 대신 대리출산…‘손자’ 임신한 54세 할머니

입력 | 2021-11-16 22:00:00

딸 메건 화이트(왼쪽)와 어머니 마리 아놀드(오른쪽). 인스타그램 캡처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어 임신하지 못하는 딸을 위해 대리출산을 자처한 50대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태즈메이니아주에 사는 마리 아놀드(54)는 오는 1월 손자를 출산할 예정이다. 태어날 때부터 자궁이 없는 자신의 딸 메건 화이트(28)를 위해 ‘대리모’를 자처한 것이다.

마리의 딸 메건은 17살 때 ‘로키탄스키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로키탄스키 증후군’은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어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는 희귀병으로, 약 5000명 중 한 명 꼴로 발병한다.

메건은 “내가 10대였을 때 생리가 시작되길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다. 병원 검진 후 자궁이 없는 로키탄스키 증후군이라는 것을 알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 기능을 하는 난소와 달리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10대였기 때문에 (당시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메건은 남편 클레이드를 만난 후 임신과 출산에 관한 생각이 간절해졌다. 메건은 “고맙게도 남편은 항상 날 응원해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젠가 부모가 될 것이라고 말해줘서 대리출산을 검토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메건 화이트(왼쪽)와 남편 클레이드(오른쪽). 인스타그램 캡처


이후 메건 부부는 대리출산 기관을 통해 자원봉사자 앨리슨을 알게 됐고, 앨리슨을 통해 대리출산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앨리슨이 임신 21주 만에 유산하고,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도 불가능해지는 등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다.

딸이 고통받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던 어머니 마리는 자신이 직접 대리모가 돼 출산하는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미 폐경을 겪어 임신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됐으나, 정밀 검사 결과 임신 및 출산을 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마리는 임신 준비를 위해 자궁 내벽을 두껍게 하는 약을 처방받았고, 네 번째 배아 이식에 성공해 현재 임신 30주에 접어들었다. 그는 “20주를 넘기고 나서 정말 자신만만했다. 22년 전 임신했을 때와 비교하면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조금 더 피곤하지만,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메건은 “20주까지는 아기를 걱정했는데 지금은 엄마를 더 걱정하고 있다. 엄마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정말 특별하다”라며 읏음 지었다.

최은영 동아닷컴 기자 cequalz8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