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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콘텐츠를 외치다, 2021 콘텐츠임팩트 (5)

입력 | 2021-11-16 17:08:00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적이라는 뜻을 담은 메타(Meta)와 경험할 수 있는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말로, 1992년 미국의 SF 작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다. 뜻은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적, 경제적 활동이 가능한 가상 공간 정도다. 하지만 2021년의 메타버스가 구현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게임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1981년 출시된 롤플레잉 게임 ‘울티마(Ultima)’는 현실 세계의 주인공이 ‘브리타니아’라는 이 세계로 이동하고, 플레이어는 또 다른 나인 ‘아바타(Avatar)’를 통해 세상을 여행한다. 아바타가 지금의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 이 때가 처음이며, 본인이 디지털 복제인 아바타를 조종해 다른 세상을 접한다는 개념도 이 때를 전후로 정립됐다.

이후 게임 그래픽이 눈부시게 발전하며 게임으로 구현되는 가상 세계는 더 방대한 이야기와 섬세한 작품성을 담기 시작했고,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 세계인이 게임 내 세계에서 자신만의 아바타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지금의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기술적 배경에은 게임 개발에 쓰이는 엔진 기술을 사용하거나, 게임 플랫폼이 기반이 되는 이유다. 이 이야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메타버스가 결코 갑작스럽게 등장한 어려운 개념이 아닌, 수십 년 전부터 통용되어온,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점이다.

메타버스는 미래의 즐길 거리, 다양한 시도 이어져

앞서 관점에서 보면 결국 메타버스도 예술처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특히나 예술계에서는 메타버스를 통해 기존의 콘텐츠를 새로운 차원으로 재해석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물리적, 공간적, 시간적인 한계를 완전히 벗어난 작품 활동이 가능하면서도, 게임처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메타버스와 예술의 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조현래, 콘진원)이 주최하는 ‘2021 콘텐츠임팩트’ 사업은 5G, 블록체인, 빅데이터, AR, VR 등 미래 기술과 관련된 콘텐츠 기업, 창작자와 개발자의 협업을 통해 차세대 문화 및 예술 시장을 이끌 미래 융복합 전문 인재를 양성을 목표로 한다. 사업은 지난 2018년 시작해 올해로 네 번째에 접어들고 있으며, 4차 산업 기술과 예체능을 결합한 창의적인 문화 예술 및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사업에는 총 193명의 교육생이 참가해 ▲ 과학 기술과 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다빈치 프로젝트’ ▲ 감성 인식 기술과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조합한 ‘콘텐츠, 공감하다’ ▲ 공연 기술과 라이브 퍼포먼스를 합친 ‘Future on the Stage’ ▲ 실감 기술과 메타버스가 합쳐진 ‘콘텐츠, 메타버스로 진화하다’ ▲ 인공지능과 하이브리드 콘텐츠를 조합한 ‘AI Meets Hybrid’까지 다섯 개의 세부 주제를 두고 37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현재 모든 프로젝트는 지난 11월 2일에서 9일 사이에 걸쳐 결과를 발표하는 ‘통합 쇼케이스’까지 진행됐으며, 이들이 보여준 열정을 다섯 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전달한다.

실감 기술X메타버스, ‘콘텐츠, 메타버스로 진화하다'

‘프론티어’는 VR 기기를 활용한 방탈출 콘텐츠, Escape(Zombie House_360)을 선보인다. 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팀 ‘프론티어’는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 기기를 활용해 가상 세계의 방을 탈출하는 ‘Escape(Zombie House_360)’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해당 프로젝트는 실제로 촬영된 영상을 기반으로 그래픽을 제작해 기존 VR 방 탈출 게임보다 실감 나고 높은 몰입도를 제공한다. 또한 유저가 콘텐츠에 직접 개입하는 인터랙티브 요소를 도입해 기존 360도 영상의 한계인 단조로움을 줄였다. 참가자는 직접 콘텐츠를 활용해 방 탈출에 필요한 증거물을 수집하고, 조사하며, 이를 토대로 좀비를 피해 방을 탈출하면 된다.

‘Bipole’ 팀의 ‘into the echo’는 순환하는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몰입형 VR 영상으로 그려냈다. 작품은 노르웨이의 대표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Gustav Vigeland)’이 조각한 분수를 모티브로 하여, 우리가 태어나서 자라고, 타인을 만나 함께하며, 헤어지고 늙고 병들어 죽고, 또다시 새 삶이 그 뒤를 잇는 순환을 그려낸다. ‘into the echo’는 이전에 동일한 주제로 제작된 360도 영상 기반 작품 ‘echo’를 VR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한 개인의 삶을 소우주라고 부르듯 여러 개의 우주가 맞물려 흘러가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ETNZ팀의 VRtist 플랫폼. 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ETNZ’ 팀의 ‘VRtist’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가상현실 환경을 제안한다. 오늘날 아티스트, 예술가는 재능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있고, 또 창작에 관심이 많더라도 경제적, 시간적 한계로 인해 제대로 창작 활동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VRtist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참여자 누구나 쉽게 창작 활동을 펼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VRtist에 구현된 가상 환경에서 본인만의 캐릭터를 창조해 모험을 떠나거나 휴식을 즐길 수 있고, 다른 이들을 초대해 직접 만든 곡을 디제잉 하는 등의 활동을 즐길 수 있다.

G.H 팀이 구현한 guest house 일부. 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G.H’ 팀의 ‘guest house’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거쳐 가는 게스트 하우스 같은 분위기를 VR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구현했다. 참가자는 호스트가 꾸민 게스트 하우스에 손님으로 참가해 인사를 나누는 것부터 콘텐츠를 즐기는 것까지 다양하게 소통한다. 아바타는 여행객 콘셉트에 맞춰 본인이 원하는대로 꾸밀 수 있고, VR 기기와 연동된 센서를 통해 표정이나 동작 등으로 대화나 소통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자기소개 분위기를 만들거나, 대화 주제를 이끄는 등의 환경도 조성돼있다. 외국인 앞에서 유난히 작아지는 사람이라면, G.H팀의 guest house에서만큼은 자신 있게 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밈(Meme)은 인터넷에서 생산된 흥미용, 패러디용 콘텐츠를 의미한다. 누구나 쉽게 변형할 수 있고, 또 재생산된다는 점에서 휘발성 콘텐츠로 분류하기도 한다. ‘minim’ 팀의 ‘Be my cat’은 특정 디바이스나 소프트웨어가 없더라도 스마트폰에서 활용하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인스타그램용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 필터다. 구성은 단순히 호기심 많은 고양이의 특성을 이용해 셀카를 방해하는 모션을 기획하고, 이를 개인용 기기로 소유할 수 있게 해 몇 번 쓰고 잊히는 밈이 아닌, 현실에서의 경험이 이어지는 계기를 제공한다.

NGU 팀이 2D drawing vr animation <라떼 아티스트>를 시연하고 있다. 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NGU’의 ‘2D drawing VR animation <라떼 아티스트>’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의 세계를 5분 길이의 VR 기반 영상 콘텐츠로 제공한다. 3D가 아닌 직접 손으로 그린 2D 그림을 VR 영상 기법으로 살려냈고, 시점의 변화와 눈높이에 맞는 선을 구성해 VR 기기 활용에서 오는 어지러움 현상 등을 최소화했다. 참여자는 3인칭과 1인칭 시점을 오가며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또한 NGU는 높은 명도와 채도 사용을 배제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배경 그림 역시 여러 레벨로 구성한 레이어를 배치해 2D 기반의 깊이감과 공간감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팀 v.ark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팀 ‘v.ark’의 ‘동백꽃 곱을락’은 제주 4.3 사건을 주제로 한 인터랙티브 VR 콘텐츠다. 제목의 동백꽃은 4.3사건을 상징하고, 곱을락은 숨바꼭질을 뜻하는 제주어다. 주요 줄거리는 그동안 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제주 4.3 사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초토화 작전이 펼쳐졌던 다랑쉬굴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관람객은 참여형 줄거리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스토리로 공감하고, 역사 속에 사라진 이름 없는 보통 사람들이 겪었던 아픔에 공감하고 역사를 경험하게 된다.

‘VTS’의 VR 단편 영화 ‘유영’은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학교 폭력을 1인칭 방관자의 시점으로 목격하는 VR 단편 영화 콘텐츠다. 관객은 도움을 요청하는 친구의 눈빛을 외면하고,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는 방관자의 입장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과 죄책감, 어딘가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관객은 주인공 ‘유영’의 외침을 물속에서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유영하는 모습으로 보게 되는데, 이를 통해 단순한 스토리를 보는 게 아닌 학교폭력 피해자의 감정에 공감하고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팀 ‘10AM’은 알비더블유(RBW) 소속 7인조 걸그룹 ‘퍼플키스’의 VR 뮤직드라마 콘텐츠를 선보인다. 좀비와 함께 춤을 춘다는 뜻의 ‘Dancing Zombie’라는 콘텐츠는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가상 공간으로 바뀌어가면서 좀비와 조우하는 과정을 그려간다. 퍼플키스 멤버들은 가상 공간에서 튀어나온 그래픽 좀비들을 무서워하는 듯하면서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간이 지날수록 좀비들과 함께 춤을 추며 파티를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메타버스는 하나의 문화, 무한한 개척정신 보여야


팀 10AM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실감 기술과 메타버스가 합쳐진 ‘콘텐츠, 메타버스로 진화하다’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메타버스가 가상의 현실, 세계관처럼 다가가기 어려운 개념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게임이나 영화처럼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존재한 콘텐츠를 제작자가 원하는 세계를 창조해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정확하고 몰입감 있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메타버스는 정치, 행정, 공연, 마케팅, 여행 등 우리 일상 많은 곳에 접목되기 시작했다.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든 2021 콘텐츠임팩트처럼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중요한 세상이 되고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