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S-스타트업] 스트릭, 투자자를 설득하려면 '소구점'을 찾아라

입력 | 2021-11-16 18:37:00


[성남산업진흥원] 스트릭 (2)

성남시가 2001년에 설립한 성남산업진흥원은 지난 20년간 성남의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네트워크, 입주 공간 등을 지원하는 기업 지원 전문 기관입니다. 성남시가 약 6만 6천여 개의 기업과 46만여 명의 근로자, 창업한 벤처 기업 수가 1631개에 이르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엔 성남산업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남산업진흥원이 2003년부터 진행 중인 ‘성남창업경연대회’(도전! S-스타트업)은 우수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창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주요 행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금까지 누계로 218개의 기업이 성남창업경연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이에 IT동아는 성남산업진흥원과 함께 올해 성남창업경연대회 최종 평가에서 우수팀으로 선정된 6개 기업을 소개하고, 그들이 고민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내 길을 갈 것인가, 시장의 흐름을 따를 것인가

오환경 대표는 누구나 쉽게 통증 관리를 할 수 있는 마사지기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스트릭을 창업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발걸음으로 만든 제품이 ‘스트릭 프로’였다. 전문가들만 사용하던 물리치료 기구(IASTM)에 미세전류와 미세진동을 더해 세상에 없던 자신만의 마사지기를 만들었다. 스트릭 프로는 해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38만 7000달러(약 4억 5816만 원)를 모금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정식 출시 후 지금까지 약 1만 5천 개를 판매했고, 판매량을 꾸준히 느는 추세다. 이제는 여기에 더해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제품 ‘스트릭 미니’의 펀딩을 진행하고, 정식 출시를 준비하면서 시장 확장을 노리고 있다.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나왔고, 좋은 평가를 받으며 판매되고 있다. 설립 3년 차인 지난해에 올린 매출만 약 9억 원이다. 이렇게 짚어보면, 스트릭의 객관적 상황은 분명 나쁘지 않다. 오히려 이만하면 꽤나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오환경 대표가 처음 꿈꿨던 목표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바로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마사지기’라는 목표다. 스트릭은 모태가 된 IASTM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전문 제품이라는 굴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벤처컨설팅 김유광 이사(왼쪽)과 스트릭 오환경 대표(오른쪽)


일반 소비자에게 스트릭의 제품은 생소하다. 마사지건이나 저주파 마사지기 등 기존 소형 마사지기처럼 몸에 대고만 있으면 효과를 볼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깨우치기만 하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지만 그래도 제대로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 요령이 필요하다. 이 작다면 작은 진입 문턱이 스트릭이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확장하는 데 있어서 생각보다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오환경 대표는 앱 서비스 개발과 사물인터넷(IoT) 기능 추가를 통한 사용성 개선으로 이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을 계획했다. 마사지기에 IoT 기능을 넣어 앱과 연동 기능을 추가하고, 앱에는 사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스트릭은 현재 제품 판매 매출만으로 자립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여기에 연구·개발 비용을 얹어서 계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대로 현상유지만 할 게 아니라면, 결국 추가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한 투자 유치 전략이 현재 스트릭의 고민 중 하나였다.

이러한 스트릭의 고민을 해결해 줄 전문가로 한국벤처컨설팅 김유광 이사를 초빙했다. 김유광 이사는 10년 이상 투자 업계에 몸담은 투자 전문가다.

출처=유튜브 \'하늬모하늬\' 캡처


얘기를 나누기 위해 스트릭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한 가지 눈에 띈 게 있었다. 회의실 모니터에 배우 이하늬 씨의 개인 유튜브 채널 영상이 띄어져 있었다. 이하늬 씨의 일과가 담긴 브이로그(V-LOG) 영상이었는데, 여기에는 이하늬 씨가 스트릭 프로를 활용해 얼굴을 마사지하는 모습이 담겼다. 제품명을 직접 언급하거나 자세히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자막에서 ‘필수템’으로 표현됐다.

처음 이 영상을 보고 스트릭이 이하늬 씨와 제품 간접 광고(PPL)를 진행한 줄 알았다. 아니었다. 스트릭 측도 이하늬 씨가 스트릭 프로를 사용하고 있다는 걸 영상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 이하늬 씨는 SBS 드라마 ‘원 더 우먼’의 흥행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다. 유료 마케팅이었다면 엄청난 거금이 들었을 광고 효과를 거저 누리게 된 셈이다.

이 사례를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스트릭이 굳이 협찬을 안 해도 유명 배우가 먼저 찾아서 애용할 정도로 뛰어난 제품을 만들었다고 박수를 치고 끝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이하늬 씨는 스트릭 프로를 얼굴 부기를 빼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었다. ‘근육통 완화를 위한 마사지기’라는 원래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상황이었다.

'스트릭 프로'보다 가격을 낮춘 보급형 신제품 '스트릭 미니' (출처=IT동아)


얼굴도 결국 근육과 근막으로 둘러 쌓여있으니, 스트릭을 얼굴 미용에 활용하는 건 잘못된 사용법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하는 통증 관리’라는 오환경 대표의 처음 목적과는 동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어떠한 기술이나 제품이 원래 개발된 용도와 다소 다른 방향으로 활용되는 사례는 생각보다 흔하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 꿋꿋하게 원래 목적을 관철하고 자신의 철학을 밀고 나가는 길도 있다. 하지만 사업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소비자와 시장의 흐름을 따르는 게 성공 가능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김유광 이사는 “투자를 유치한다는 건 결국 사업이 나아갈 방향을 투자자들에게 설득하는 겁니다. 스트릭은 현재 '연구개발로 갈 것이냐, 마케팅으로 갈 것이냐' 그 기로에 놓여있어요. 그런데 투자자들 입장에선 연구개발로 신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것보다는 현재 있는 제품을 마케팅으로 더 잘 팔아보겠다는 게 더 설득력 있을 겁니다”라고 조언했다.

‘근육통 완화 마사지기’로써 스트릭의 제품은 피트니스 시장 안에서도 틈새에만 머물 가능성이 있다. 오환경 대표가 생각한 스트릭의 시장 확대 해법, 즉 앱 개발과 IoT 기능을 추가한 신 제품 추가는 결국 피트니스 시장 안에서의 확장을 노리는 방향이다. 하지만 이하늬 씨 사용 사례처럼 스트릭의 제품이 미용 기기로서 자리잡을 수 있다면 시장 확대는 생각보다 더 쉬울 수 있다.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미용 기기(뷰티 디바이스) 시장 규모는 2013년 800억 원에서 2018년 5000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내년에는 1조 6000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마케팅 전략만 수정하면 훨씬 더 크고 보편적인 시장으로 스트릭이 ‘노는 판’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

조언를 경청하며 메모 중인 스트릭 오환경 대표 (출처=IT동아)


김 이사는 “시장에 적응한다는 건 고객이 좋아하는 걸 줘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연기자를 생각해봅시다. 연기자가 연기하는 건 실제 그 연기자의 철학이나 성격과는 상관없습니다. 고객, 즉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연기하는 거죠. 기업과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확히 ‘소구점’을 파악해야 한다. 스트릭의 제품의 여러 특징과 장점 가운데 어떤 부분이 소비자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알야아 한다는 뜻이다. 김유광 이사는 “마케팅적으로 어떤 부분을 소구할 수 있는지 조사해야 합니다. 소비자 의견도 들어보고, 내부적으로 판단해서 기존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지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스트릭의 제품은 '통증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에 접근했다 (출처=스트릭)


그동안 스트릭은 ‘통증 완화’를 소구점으로 보고 시장에 접근했다. 하지만 이하늬 씨 사례는 실제 소비자가 생각하는 소구점은 다를 수 있다는 걸 시사했다. 만약 스트릭이 소비자에게 ‘통증 완화’보다 미용 기기로써 더 소구하고 있다면 스트릭에게는 사업 방향 전환, 즉 피벗이 필요할 수도 있다.

김유광 이사는 투자 유치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에 대한 조언도 건넸다. 특히 회사소개서(IR 자료)에는 글로벌 시장 조사와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건 굉장히 효과적인 투자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김유광 이사는 “지금 단계에서는 밸류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택경 기자 tikitak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