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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지구촌 몸살 앓는데… 남극에 ‘인천 빙하’ 생겼다

입력 | 2021-11-17 03:00:00

서남극 ‘게츠 빙붕’에 인천 명명
빠르게 녹고 있어 국제사회 주목
‘3無 운동’ 시민참여형으로 확대 등
인천시, 탄소중립 사업 더욱 강화



2018년 10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의 모습. 인천시는 총회를 개최한 인연으로 최근 영국 남극지명위원회로부터 남극 빙하에 ‘인천 빙하’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다. 인천시 제공


기후위기로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 남극에 ‘인천’이라는 이름의 빙하가 생겼다. 남극 빙하에 우리나라 도시 이름이 붙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인천시에 따르면 영국 남극지명위원회는 최근 서남극 ‘게츠 빙붕(Gets Ice Shelf)’에 연결된 9개 빙하 중 1개 빙하에 인천 빙하(Incheon Glacier)라는 이름을 붙였다.

남극지명위원회는 서남극에서 이름이 없는 9개의 빙하에 최근 주요 국제 기후회의를 개최한 도시들의 이름을 붙였다. 시는 2018년 10월 송도에서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를 개최했다. IPCC는 기후 변화의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는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다. 이어 2019년 4월 유엔기후변화협약 적응주간 국제회의와 지난달 국제기후금융산업콘퍼런스 등 다양한 국제 기후회의를 열었다.

남극지명위원회는 이번에 인천과 제네바 리오 베를린 교토 발리 스톡홀름 파리 글래스고 등 모두 9개의 도시 이름을 빙하에 붙였다.

이번에 새로 이름이 붙은 9개 빙하는 올해 2월 한국 극지연구소와 영국 리즈대 등이 참여한 연구팀이 매우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올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이들 빙하를 포함한 14개 서남극 거대 빙하는 1994년부터 2018년 사이 전 세계 해수면을 0.9mm 높일 수 있는 3150억 t의 얼음이 녹은 것으로 나타났다.

빙하의 이동 속도도 23.8% 빨라졌다. ‘인천 빙하’는 이 기간 이동 속도가 2.9% 빨라져 14개 빙하 중 변화폭이 가장 작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남극해의 환경변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남극 환경변화를 연구해 온 김태완 한국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구온난화가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 매우 근접했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며 “지구온난화를 되돌리기 위해선 인위적 탄소배출을 줄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시는 ‘인천 빙하’ 명명을 계기로 탄소중립 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인천시 청사와 시 교육청 청사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3無(일회용품 자원낭비 음식물쓰레기 없는) 운동’을 시민 참여형 운동으로 확대 운영하고 시 청사 주변 카페와 식기 전문 세척업체 등과 연계해 다회용기 공유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어 2022년까지 가정용 음식물 감량기 보조금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시민들의 친환경 소비생활을 독려하기 위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매장 운영 활성화 사업도 추진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이라는 이름의 남극 빙하가 생긴 만큼 전 세계적으로 부끄럽지 않게 탄소중립을 적극 실천해 나가겠다”며 “탄소중립에 대한 시민 공감대 형성과 관심을 독려할 수 있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