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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국자본 개발사업 줄줄이 스톱… “투자유치 정책 재고해야”

입력 | 2021-11-17 03:00:00

5조2000억원 투자한 오라관광단지, 최근 부적격 판정 받아 개발 중단
국내 1호 영리병원 추진 뤼디그룹, 지분 상당량 포기하며 철수 수순
리조트-관광단지 등 개발 표류… “중국 자본 무방비로 받아들인 탓”



중국계 자본이 투자해 제주 서귀포시 해안 절벽 위에 조성 중인 관광개발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이뤄진 중국계 자본 투자 유치 사업이 대부분 중단되거나 허가를 받지 못한 채 표류하면서 투자 정책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5일 오후 제주시 오라동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지구로 통하는 오솔길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외부인 출입금지를 알리는 입간판만 덩그렇게 세워져 있고 현장 설명을 위해 임시로 만들었던 길 가운데 일부는 억새로 뒤덮였다. 사업지구 내 작은 화산체인 열안지오름을 오가는 탐방객만이 이따금 보일 뿐이었다.

최근 제주도가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했다. 2015년 개발사업 승인 신청을 한 지 6년여 만에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사업시행자인 JCC㈜는 해당 사업을 재개하려면 경관 및 교통영향평가 등 행정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부적격 판정 이후 JCC 측은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 밝혀 사업 자체가 장기간 멈춰 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계 투자사인 JCC는 오라관광단지 357만5000여 m²에 5조2000억 원을 투자해 숙박 및 상업시설, 워터파크, 골프장 등을 계획했다. 하지만 제주도와 도의회는 막대한 사업자금의 조달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자본 검증에 나섰다. 지난해 8월 부적격 판정을 내린 데 이어 이번에 재수립한 사업계획에 대해서도 기준 미달이라고 판단했다.

중국계 자본이 제주에 들어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측면이 있지만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처럼 대부분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교류가 단절되고 중국 정부의 해외투자 통제도 영향을 미쳤다. 제주도의 불투명한 투자 유치 태도와 환경 파괴와 투기를 우려한 주민 반발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신화련그룹은 제주시 한림읍에 7000억 원을 투자해 숙박시설, 골프아카데미 등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다가 사업자금 예치 미이행, 자본 조달 방안 불투명 등을 이유로 지난해 9월 사업 효력을 상실했다. 신해원유한회사가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인근에 5000억 원을 투자해 숙박시설 등을 짓는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은 환경 훼손과 경관 사유화 등으로 제주도의회가 지난해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부동의 처리했다.

중국계 자본투자 관광개발 사업인 백통신원리조트, 엠버리조트, 록인제주 체류형 복합관광단지, 열해당리조트, 무수천 유원지, 삼매봉 유원지 등도 사업이 중단되거나 진척이 더딘 상태다. 중국 분마그룹이 사업비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던 분마이호랜드는 공유수면 매립공사 대금 미지급 등으로 소송이 진행되면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뤼디(綠地)그룹은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을 추진하다 개원을 하지 못한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의 지분 상당량을 국내 의료재단에 넘기면서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란딩인터내셔널의 현지 법인인 람정제주개발이 서귀포시 안덕면에 조성한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는 쇼핑아웃렛 조성을 놓고 지역 상인과 갈등을 빚으면서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과 함께 2010년 5억 원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가 국내에서 처음 도입되면서 중국계 자본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졌으나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인 면이 없지 않다”며 “투자 유치 정책 전환을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