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디지털 전통시장] 동아일보-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동기획 서울 강동구 암사시장
《앉아서 손님이 오기만 기다리는 전통시장의 시대는 끝났다. ‘총알배송’ ‘새벽배송’ 시대에 전통시장도 달라지고 있다. 전통시장이 낯설었던 젊은층도 이제 안방서 전통시장을 즐긴다.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전통시장의 변화를 소개한다.》
각 상점에서 주문받은 상품을 모아 하루 3번 배송하는 배송센터. 하루 80∼100건을 배송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강동구 넘어 성남까지 ‘온라인 날개’
1978년 문을 연 암사시장은 최근 상권을 강동구뿐 아니라 인접 구, 경기 성남시와 구리시 일대까지 넓혔다. 온라인 주문이 활성화되면서 젊은 고객층의 유입도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넘기는 데도 온라인 장보기의 역할이 컸다. 고객들이 북적이는 시장 방문을 꺼리게 되자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전부터 온라인 판로를 개척해 둔 덕분에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2019년 하반기 1223건이었던 동네시장 장보기 주문 건수는 2020년 상반기 4424건, 하반기 8193건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 9808건으로 하반기 1만 건 돌파가 예상된다.
허브닭강정은 암사시장 동네시장 장보기 주문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온라인 ‘핫플레이스’이다. 지난해 상반기 772건이었던 온라인 주문은 올 상반기 2456건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온라인 주문 매출만 월평균 200만 원가량이다. 이 사장은 “시장 주변에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상점이 들어와 타격이 있었지만, 온라인 단골 고객들 덕분에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기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보다 수수료가 30%가량 낮아 상인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웃었다.
○ 온·오프라인 고객층 달라 고객감소 우려 씻어
이필남 허브닭강정 대표(왼쪽 사진)는 20년간 빵집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튀김옷 등 닭강정 맛을 차별화했다. 이 대표는 “젊은층 입맛을 공략한 것이 온라인에서 통했다”고 말했다. 동네시장 장보기는 운영사 ‘프레시멘토’가 네이버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암사시장을 시작으로 148개 시장에 진출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비자는 크게 겹치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유입되는 고객은 기존에 배달앱이나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하던 젊은층이 많았다.
암사시장 130여 개 상점 중 절반가량이 온라인 주문을 받는다. 참여하지 않는 가게는 품목 가격 변동이 심해 매일 온라인 가격 조정이 어려운 경우, 혼자 가게를 운영해 배송센터 전달이 어려운 영세 업체 등이다.
전통시장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족발가게를 운영하는 최병조 상인회장은 “과거 전통시장 지원이 시설 개선 등에 집중됐지만 이를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대형마트, 유통업체 등과 경쟁하려면 온라인 판로 개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2025년까지 전국 전통시장 500곳 온라인 장보기 시스템 도입”
중기부-소진공, 상권분석 등 지원… “시장 특성 맞춰 온라인 역량 강화” 소진공에 따르면 지난해 42곳, 올해 57곳 등 모두 99개 전통시장이 온라인 공간에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7월까지 사업 지원을 받은 이들 시장의 총매출은 10억3600만 원이다. 2025년까지 전국 500개 시장에 온라인 장보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수십 년 동안 동네 단골손님 위주로 영업해 온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온라인 배송 진출은 가게 하나를 더 여는 것과 마찬가지다. 온라인 판로가 지속 가능하려면 철저한 상권 분석과 온라인 배송에 맞는 상품 개발, 포장 방식 개선이 필수다.
시장에 직접 가지 않고 물건을 골라야 하는 만큼 상품 사진 촬영 등 작은 것 하나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컨설팅을 통해 이런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인다.
온라인 배송의 장점은 상권이 넓어진다는 데 있다. 입소문을 타면 전국적 인지도를 얻을 수도 있다.
지방 전통시장들은 지역 특산물을 싼 가격에 구입하고 싶어 하는 수도권 주민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전국 배송’ 컨설팅은 전국 배송에 적합한 상품을 발굴하고 온·오프라인 홍보 전략도 컨설팅 해준다.
조봉환 소진공 이사장은 “코로나19 이후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시장 특성에 맞게 온라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