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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조직문화 파괴하는 ‘나르시시스트 리더’ 퇴출시켜라

입력 | 2021-11-17 03:00:00

지나친 자기애 나타내는 CEO, 팀워크보다는 개인성과 더 강조
윤리 준수 관련 안전장치 무시해… 전문성 아닌 충성도 따라 승진시켜
나르시시스트, 리더로 선발 말아야




조직 문화는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다. 그리고 조직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 중 하나는 리더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리더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회사의 조직 문화와 규범을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업 혁신과 조직 행동 분야의 세계적 석학 중 한 명인 찰스 오라일리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나친 자기애를 나타내 나르시시스트적으로 평가받는 CEO와 리더들이 어떻게 조직 문화에 악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먼저 나르시시스트 리더들은 어떤 행동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릴 때 협력과 윤리성을 중요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덜 협력적이고 덜 윤리적인 조직문화를 선호하고 있고 실제로 그런 조직을 이끌고 있었다.

나르시시스트 리더들은 팀워크보다는 개인의 성과를 더 강조하고, 윤리 규정 준수를 보장하는 조직 내 안전장치를 간과하거나 무시한다. 이들은 심지어 전문성보다는 자신에 대한 충성도를 바탕으로 부하 직원들을 승진시키는 등 회사 정책 역시 덜 협력적이고 덜 윤리적인 방식으로 유도한다. 결국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개인 직원들까지도 부정적인 조직문화에 동참시키고 또 그 일부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협력은 기업이 존재하는 기본 가정이며 기업의 윤리성은 조직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협력적이고 윤리적인 조직 문화는 기업의 성과와 영속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리더의 나르시시즘이 조직 전체, 즉 조직문화와 직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절대 간과돼선 안 된다. 또한 이 연구 결과는 리더의 성격이 조직문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리더의 나쁜 성격은 조직문화를 파괴할 수 있지만 바꿔 말하면 리더의 좋은 성격은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안타깝게도 나르시시즘은 개인의 성격이기 때문에 바꾸기 어렵다. 따라서 이미 나르시시스트 리더가 장악하고 있는 조직의 문화 역시 바꾸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르시시즘을 가진 사람을 애초에 고용하지 않거나 적어도 리더로 선발하지 않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 리더가 이끄는 조직에서는 그들이 이미 자기 입맛에 맞게 만들어 놓은 장치들과 조직의 정치적 분위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나르시시스트 리더가 남긴 유산, 즉 나쁜 조직문화는 나르시시스트 리더의 임기보다도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 고통은 온전히 조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이다.



박종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앨투나캠퍼스 조교수 pvj5055@psu.edu
정리=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