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요소수 품귀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9일 전북 익산시 실내체육관 앞에 마련된 요소수 판매장이 요소수 구매를 위해 몰린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요소수 대란의 시발점인 지난달 11일 중국 세관 당국의 ‘요소 품목 검사 강화’ 조치와 관련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베이징무역관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이 사안을 ‘비료 등 농업 문제’로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중 경제패권 전쟁, 각국의 친환경 정책 등의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전체 경제에 막대한 충격을 줄 변화를 제때 파악하고 경고음을 울렸어야 할 정보 보고·분석 체계가 고장 난 것이다.
KOTRA 베이징무역관은 중국의 요소 수출 관련 조치를 비료용 원자재 문제로만 인식해 지난달 22일 본사에 보고했다. 디젤엔진의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에 요소수를 사용하는 승용차 화물차 소방차 건설기계와 발전소까지 멈춰 세울 수 있는 중요 사안이란 걸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산업부도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상부에 보고했다고 하니 청와대 역시 비료 문제인 줄로만 알았을 것이다. 중국의 조치 후 3주가 지나서야 첫 대책회의를 가진 정부의 늑장대처는 이렇게 거듭된 오판의 결과였다.
KOTRA는 “우리는 수출지원 기관으로 수입 문제를 맡은 부서가 없어 생긴 일”이라고 한다. 어이없는 변명이지만 일개 공기업에만 책임을 물을 순 없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수출정책 변화는 상위 부처인 산업부가 중요성과 파장을 철저히 검토했어야 할 사안이다. 2년 4개월 전 일본 수출규제 사태를 겪고도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수급 차질로 생긴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산업부의 역량 부족과 경계심 부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