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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요소수 대란’ 부실한 해외산업 정보체계가 낳은 人災다

입력 | 2021-11-17 00:00:00

전국적인 요소수 품귀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9일 전북 익산시 실내체육관 앞에 마련된 요소수 판매장이 요소수 구매를 위해 몰린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요소수 대란의 시발점인 지난달 11일 중국 세관 당국의 ‘요소 품목 검사 강화’ 조치와 관련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베이징무역관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이 사안을 ‘비료 등 농업 문제’로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중 경제패권 전쟁, 각국의 친환경 정책 등의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전체 경제에 막대한 충격을 줄 변화를 제때 파악하고 경고음을 울렸어야 할 정보 보고·분석 체계가 고장 난 것이다.

KOTRA 베이징무역관은 중국의 요소 수출 관련 조치를 비료용 원자재 문제로만 인식해 지난달 22일 본사에 보고했다. 디젤엔진의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에 요소수를 사용하는 승용차 화물차 소방차 건설기계와 발전소까지 멈춰 세울 수 있는 중요 사안이란 걸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산업부도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상부에 보고했다고 하니 청와대 역시 비료 문제인 줄로만 알았을 것이다. 중국의 조치 후 3주가 지나서야 첫 대책회의를 가진 정부의 늑장대처는 이렇게 거듭된 오판의 결과였다.

KOTRA는 “우리는 수출지원 기관으로 수입 문제를 맡은 부서가 없어 생긴 일”이라고 한다. 어이없는 변명이지만 일개 공기업에만 책임을 물을 순 없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수출정책 변화는 상위 부처인 산업부가 중요성과 파장을 철저히 검토했어야 할 사안이다. 2년 4개월 전 일본 수출규제 사태를 겪고도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수급 차질로 생긴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산업부의 역량 부족과 경계심 부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공급이 여전히 원활치 않지만 정부와 대기업이 수입처 확보에 나서고 있어 요소수 대란은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된 것처럼 망가지고 손발도 맞지 않는 해외 산업정보 보고·분석 체계를 손보지 않으면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해외 산업정보 분석능력을 대폭 보완하는 한편 해외 공관, 현지 진출 기업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산업정보망을 서둘러 복원해 글로벌 공급망 급변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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