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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94분간 제 할 말만 한 美中 정상… 칼날 위에 선 韓 외교

입력 | 2021-11-17 00:00: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화상으로 첫 양자 회담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해협에서 현상을 변경하거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일방적 행동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 주석은 “불장난은 매우 위험하며 불장난을 한 사람은 불에 타고 말 것”이라고 맞받았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10개월 만에 열린 이번 회담은 194분간 이어졌지만 두 정상은 날 선 공방을 벌였고 변변한 합의 하나 내놓지 못했다.

이날 회담은 화상으로 이뤄진 탓에 각자 자기 말만 하는, 그래서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 갈등에 다소나마 전환점이 될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두 정상은 대만 문제부터 부딪쳤다. 치열하게 경쟁하되 충돌은 피할 ‘교통규칙’과 ‘가드레일’을 만들자는 취지도 무색한 회담이었다. 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현안에는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했다지만 서로 가는 길이 너무 다르다는 점만 재확인한 셈이다.

이번 회담 결과 미중 갈등은 돌이키기 어려운 추세로 굳어지고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예감케 한다. 이런 갈등이 본격적인 대결로 이어질 경우 한국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대치라도 벌어지면 한국군 역시 ‘항행의 자유’ 작전에 동참을 요구받을 수 있고, 이는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나아가 대만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군이 주둔해 있는 동맹국으로서 선택의 여지는 사라진다. 북핵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북한 위협에 맞선 한미의 대비태세에 즉각적인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경제 관행으로부터 미국 노동자들과 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도 경제 패권 싸움에 일방적 양보는 없다는 뜻이다. 한국은 수출, 수입 모두 중국에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중국을 뺀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서도 소외될 수는 없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고 있는 한국으로선 당장 어느 한쪽으로 무게 추를 옮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한국에 치명적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미중의 대결은 단순히 무역 분쟁이나 공급망 분리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외교, 안보로 확산될 국제질서의 분리에까지 대비하는 정교한 외교 전략을 짜고 각 분야에서 기민한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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