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인멸 우려” 영장 발부 636억 상당 주식 시세 조종 혐의 檢, 윤석열 부인의 계좌관리인 체포 尹후보 부인 관여 여부 본격 수사
‘주가조작 의혹’ 권오수 구속 수감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6일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영장심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시 55분까지 3시간 25분가량 진행됐고 법원은 오후 10시 50분경 영장을 발부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6일 구속 수감됐다. 검찰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모 씨를 최근 체포해 수사 중인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0시 50분경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권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2부(부장검사 조주연)는 권 회장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주가조작 혐의로 1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권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약 3년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식 1599만여 주(약 636억 원 상당)를 직접 매수하거나 투자회사 등에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호재성 내부 정보를 의도적으로 공개하고, 주가조작 ‘선수’를 동원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주가조작의 주범인 권 회장이 구속된 만큼 검찰은 권 회장과 이 씨 등을 상대로 김 씨의 관여 여부를 본격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13년 경찰이 김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취지의 내사보고서를 작성했는데도 금융감독원 등의 비협조로 내사가 중단됐다”면서 “김 씨의 주가조작 연루 여부와 함께 윤 후보의 내사 중단 개입 여부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또 12일 밤 경기도의 지인 집에 머물고 있던 주가조작 ‘선수’로 활동한 이 씨를 체포했으며, 법원으로부터 미리 발부받은 구속영장을 집행해 이 씨를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이 씨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지난달 6일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했다. 이 씨와 함께 ‘선수’ 역할을 하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투자회사 대표와 증권회사 직원 등 3명은 지난달 25일과 이달 5일 각각 구속 기소됐다.
이 씨는 권 회장으로부터 김 씨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김 씨는 2010년 1월 이 씨에게 10억 원의 신한증권 주식계좌를 맡겼고, 같은 해 5월 계좌를 회수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씨가 이 씨에게 계좌를 맡긴 시기가 이 씨의 주가조작 시기와 일부 겹쳐 김 씨가 주가조작에 돈을 댄 전주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윤 후보 측은 지난달 20일 김 씨의 주식 거래 내역 등을 공개했다. 윤 후보 측은 당시 “김 씨가 결혼하기 전에 ‘주식 전문가’로 소개받은 사람에게 거래를 맡겼다가 손해를 보고 회수한 것이 사실관계의 전부”라며 “구체적 근거도 없이 주가조작 ‘공범’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