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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러시아發 가스관 승인 중단…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 견제”

입력 | 2021-11-18 03:00:00

러시아~독일 1225km 해저 가스관… 獨, 공식적으론 “절차 문제로 보류”
언론은 “푸틴의 유럽 압박 차단用”… 美 “유럽 분열 의도” 반대해 오다
7월 바이든 찬성… 연말 가동 앞둬… 英총리 “조치 환영… 러 협박 막아야”
중단 결정에 유럽 가스 가격은 폭등




독일이 러시아에서 연결되는 해저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의 승인 절차를 16일 전격 중단했다. 독일 당국은 “절차적 문제에 따른 일시적 중단”이라고 밝혔지만 에너지 자원을 앞세워 유럽을 흔들려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승인 중단 여파로 천연가스 가격은 급등했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당국은 이날 “노르트스트림2가 합법적인 형태로 운영돼야만 승인할 수 있다”며 인증 절차 중단을 발표했다. 독일은 가스관 운영회사인 ‘노르트스트림2 AG’가 스위스에 본사를 둔 채 독일 내 자회사를 두는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AG의 주요 자산과 인적 자원이 독일로 이전될 때까지 인증 절차는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이 같은 결정에 외신들은 천연가스를 무기로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간 가디언은 “에너지 대란 속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을 압박하는 지정학적 무기로 천연가스관을 사용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면서 승인 절차가 중단된 것”이라고 전했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 북서부에서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길이 1225km 해저 천연가스관이다. 탈원전 이후 에너지 공급을 원하는 독일과 천연가스를 수출하려는 러시아의 목표가 맞아떨어지면서 2018년 공사가 시작돼 올해 9월 완공됐다. 이 가스관으로 공급되는 천연가스 양은 연간 550억 m³로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25%에 달한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은 계획 초기부터 반대해온 사안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노르트스트림2는 유럽을 분열시키고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약화시키려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프로젝트”라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유럽과의 결속 강화 차원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올해 7월 완공에 찬성했고 지난달 4일 가스 충전이 시작되면서 연말 가동이 예측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승인 절차 중단을 환영한다.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로 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독일 새 연정의 한 축인 녹색당 아나레나 베어보크 대표는 승인 중단 결정에 “러시아가 ‘포커게임’을 하고 있다. 러시아에 협박당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러시아는 최근 벨라루스 배후에서 폴란드 등 EU 회원국에 대한 ‘난민 밀어내기 공격’을 진행 중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러시아가 가스관 승인을 받기 위해 일부러 유럽의 가스 공급을 줄였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가스관 승인 중단 결정으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치솟았다. 이날 네덜란드TTF 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은 MWh(메가와트시)당 15.2% 오른 94유로(약 12만5500원)에 거래됐다. 영국 천연가스 가격도 17.2% 오른 2.40파운드(약 3810원)를 기록해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