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완전 접종자’의 정의가 달라질지 모른다.
17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최근 델타 변이 유행 속 백신으로 인한 면역 효과는 약화하고 감염은 늘면서, 선진국들은 ‘완전 접종’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존에 완전 접종(fully vaccinated) 이란 개념은,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2회 접종을 요하는 백신을 두 번 다 맞은 상태를 의미했는데, 이제부터는 부스터샷과 3차 접종 등 추가 접종까지 마쳐야 완전 접종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위드코로나(대대적 방역 완화)를 수행 중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팬데믹 규제 재도입을 막으려면 부스터 백신이 꼭 필요하다”면서 “부스터까지 백신을 세 번 다 맞으면 여러모로 살기 편해질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영국은 최근 부스터샷 접종 대상을 40대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들의 접종을 촉구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일부 국가 중엔 아예 부스터샷도 의무화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주 “65세 이상 전 국민은 3차 주사까지 맞아야 ‘접종 증명서(백신 패스)’를 갱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도 2차 접종 이후 6개월이 경과한 경우 3차 주사까지 맞아야만 접종 증명서(그린 패스)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이들 국가들이 내건 완전 접종 자격이나 증빙은 식당과 체육관 등 시설 입장 시 요구되는 일종의 ‘미접종자 차별 제도’로, 기존엔 최초 1~2차 접종을 의무화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이제는 부스터샷을 강제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들, 마스크 안 쓰고 백신에만 의존하는 건 도박”
선진국들의 부스터샷 의무화는 최근 백신 면역 효과가 감소하고 델타 변이 유행으로 감염은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지만, 그 배경의 기저엔 위드코로나를 유지하려는 전략이 읽힌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이렇게 백신에만 의존하려는 건 ‘도박’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비드 나바로 WHO 코로나19 특사는 영국 의회에 출석해 “백신에만 의존하는 건 정말로 부적절한 공중보건전략”이라면서 “이 바이러스에 그렇게 당하고도 백신을 주요 무기로 삼는다면 새 변이만 출현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스크와 치료 등 감염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를 동원한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소득국 1차 접종률 5%도 안 돼…불균형 심화할 듯
부스터샷만 믿고 위드코로나를 강행하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선진국들이 부스터 백신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백신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는 건 글로벌 보건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더 큰 우려다.
유럽 선진국 중엔 인구의 80~90%까지 2차 접종을 마친 국가들이 있는 반면, 저소득 국가들은 1차 접종을 겨우 마친 비중도 4.6%에 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못한 곳은 북한과 에리트레아뿐”이라며 백신 불균형이 여전함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매일 전 세계에 공급되는 부스터샷이 저소득국 최초 접종분보다 6배나 많다는 사실은 ’수치스러운 일(a scandal)‘”이라면서 “고령층과 고위험군, 의료진 1차 접종도 못한 나라들이 있는데, 건강한 성인과 아동에게 부스터 백신을 맞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의 안나 매리어트 보건정책고문은 지난 16일 영국 의회에 출석해 “백신이 제약사들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며 앞줄에 선 선진국들에 우선 공급되고 있다”면서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인 저소득국에 공급되는 백신은 전체의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