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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로 지지율 하락’ 바이든, 정유사 불법 행위 조사 요청

입력 | 2021-11-18 10:49: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치솟는 휘발유 가격의 배경에 정유 업계의 ‘불법적 관행’이 있을 가능성을 조사하라고 대통령 직속기관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요청했다. 휘발유 가격 담합 가능성을 살펴보라는 요구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FTC의 리나 칸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이 같이 요청했다. 엑손모빌, 셰브론을 포함한 미국의 대형 석유업체들이 “잠재적으로 불법적 관행”을 일삼아 휘발유 가격을 올리는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한에서 “반(反) 소비자 행동의 증거가 넘쳐난다”며 휘발유 가격이 계속 오르는 사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의 2대 석유가스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으로 수십억 달러를 계획중”이라고 말했다. 시총 기준 미국 2대 석유회사는 엑손모빌과 셰브론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석유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의 비용은 줄고 있지만 휘발유 가격은 계속 높아진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서한은 치솟는 휘발유 가격과 인플레이션으로 정치적 압박이 심해진 가운데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몇 주 사이에 크게 떨어졌는데, 특히 많은 이들이 그의 경제정책 운영력을 낮게 평가했다.

하지만 바이든의 서한은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고 FT는 지적했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1년 휘발유 가격급등과 관련한 조사를 FTC에 요구했는데, FTC는 국제유가 때문이라고 결론낸 바 있다.

미국석유협회(API)는 바이든 대통령의 서한에 대해 “기본적(펀더멘털) 시장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라며 미 행정부가 오히려 미국의 원활한 원유공급을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의 일평균 원유생산은 1150만배럴로 팬데믹 이전 최고치보다 12% 적다. 미국 휘발유 소비는 팬데믹 봉쇄기간에 일평균 500만배럴로 줄었지만, 이후 1000만배럴로 늘었다.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41달러로 지난 12개월 동안 60% 뛰었다.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내년 중간선거에 빨간불이 켜진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전략적 비축유(SPR)를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 정부는 사우디 아라비아, 러시아 등 전통적 산유국들의 모임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에 추가 증산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부당했다. 미 정부는 급기야 중국과 손잡고 비축유 공동 방출을 협의 중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서한은 휘발유 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했다. 에너지에스펙츠의 로버트 캠벨 원유상품 본부장은 이번 서한에 대해 “정치적 쇼”라며 “휘발유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유가다. 글로벌 수급이 맞지 않고 현재로서는 미국이 할 수 있을 일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