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 일본과의 종전 선언 논의와 관련해 ‘만족한다(satisfied)’라는 표현을 내놓으면서 실제 논의가 어느 정도로 진전됐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종전 선언(end-of-war declaration)이 아니라 종전 성명(end-of-war statement)이라고 표현한 것도 주목된다.
셔먼 부장관은 17일(현지시간)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종전 성명을 둘러싼 문제에 관해, 나는 매우 만족한다, 미국은 우리가 한국과, 일본과, 그리고 다른 동맹·파트너 국가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길에 관해 한 협의에 매우 만족한다(On the issue around end-of-war statement, I’m very satisfied, the United States is very satisfied with the consultations we are having both with the Republic of Korea and with Japan, and with other allies and partners, on the best way forward to ensure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각각의 단계에 관한 순서나 시기, 조건에 다소 시각 차이는 있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우리 정부의 바람과 달리 양국 간에 종전 선언을 두고 ‘이견’이 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이날 셔먼 부장관의 ‘만족’이라는 표현은 이런 상황에서 양국의 이견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메시지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지난 15일 미국 입국 길에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예고한 점과 맞물려 이날 발언은 더욱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실제 진전 상황을 두고는 여전히 신중한 시각이 적지 않다. 당장 셔먼 부장관의 ‘만족’이라는 표현을 두고도 실제 종전 선언 논의를 염두에 둔 발언인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한국 및 일본과의 논의를 가리킨 발언인지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셔먼 부장관이 그간 써온 종전 ‘선언(declaration)’이라는 표현 대신 종전 ‘성명(statement)’이라는 표현을 쓴 점도 여러 해석을 낳았다. 종전 선언이 갖는 무게나 효력 측면에서 ‘선언’과 ‘성명’에 차이를 두고 표현을 달리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미 간 논의와는 별개로 실제 종전 선언 제안이 결과를 거두려면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남아 있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종전 선언 제안을 ‘흥미 있는 제안’이라고 평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미국의 요청에는 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일단 비핵화의 입구로써 종전 선언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아울러 설리번 보좌관이 거론한 ‘시각 차이’는 종전 선언에 대한 극명한 의견 대립이라기보다는 통상 외교적 협상 과정에서 당연히 수반되는 차이를 표현한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설리번 보좌관이 “핵심적인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두고는 근본적으로 일치한다”라고도 발언한 점에 방점을 두고 사안의 진전에 따라 꾸준히 협의를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최 차관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종전 선언과 관련해서는 한·미 간 빈틈 없는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우리 정부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협의의 속도와 방향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