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북한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결의안이 17일(현지 시간) 유엔에서 17년 연속으로 채택됐다. 한국 정부는 3년 연속으로 결의안 공동 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다.
유엔 총회 제3위원회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 동의) 방식으로 결의안을 채택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다음달 유엔 총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결의안은 2005년부터 매년 유엔 총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회원국의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채택이 예상된다. 외교부 측은 채택 직후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 작년과 마찬가지로 결의안 컨센서스 채택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작성한 이 결의안은 작년과 대체로 유사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해 북한 당국의 협력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결의안은 구호 단체들의 북한 내 활동을 허용하고 북한 전역에 인도주의적 지원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결의안은 또 백신 공동 구매와 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등과 협력해 코로나19 백신을 적기에 공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미송환 전쟁포로와 그 후손에 대한 내용도 올해 결의안에 처음 포함됐다. 6·25 전쟁 국군포로와 그 가족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는 올 3월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의안에도 처음 거론된 바 있다.
매년 지적돼 온 북한의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내용들도 담겼다. 결의안은 “북한에 의해 오랫동안 지속된, 조직적이고 널리 퍼진 인권침해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면서 “고문과 잔인한 대우 및 처벌, 특히 여성들에 대한 모든 종류의 성적 폭력 등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결의안은 이밖에도 △정치범 수용소 △체포·구금·납치에 의한 실종 △강제 이주 △송환된 탈북자에 대한 처우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제약 등 북한의 인권 침해 사실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당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결의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인권 침해에 가장 책임 있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추가 제재를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최근 들어 매년 결의안에 포함된 문구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이날 결의안에는 EU 국가들을 중심으로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총 60개국이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보다 2곳이 추가된 것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