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인권운동가 말콤X가 1963년 5월 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말콤X는 그로부터 2년 뒤 1965년 뉴욕에서 연설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다.[워싱턴D.C=AP/뉴시스]
미국의 급진파 흑인 지도자였던 맬컴 엑스(1925~1965)의 암살범으로 몰려 종신형을 선고받고 20년 넘게 옥살이를 했던 흑인 남성 2명이 55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미국 뉴욕 맨해튼지검은 맬컴 엑스 암살 사건을 재조사한 결과 당초 범인으로 지목됐던 무하마드 아지즈(83)와 칼릴 이슬람(2009년 74세로 사망)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보도했다.
맬컴 엑스는 흑인 종교단체였던 ‘네이션 오브 이슬람’에서 활동하면서 흑백분리를 통한 흑인 해방을 주장했다. ‘네이션 오브 이슬람’을 떠난 뒤인 1965년 2월 뉴욕 맨해튼 할렘가의 연설장에서 괴한 3명에게 총을 맞아 숨졌다.
그러나 이번 재조사 결과 FBI와 뉴욕 경찰이 수사 당시 아지즈와 이슬람의 알리바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와 증언을 은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이 증거들이 배심원단에 제출됐다면 2명에게 무죄가 선고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네이션 오브 이슬람 소속’으로 2018년 사망한 또 다른 남성이 증인들이 밝힌 범인의 인상과 부합한다고 NYT는 전했다. 이번 재수사는 넷플릭스가 다큐멘터리 ‘누가 맬컴 엑스를 죽였나?’를 지난해 공개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