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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기다린’ 박경수, KS MVP로 보상받았다

입력 | 2021-11-18 22:55:00


박경수(37·KT 위즈)가 프로 19년 차에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최우수선수(MVP)라는 새로운 이력을 추가했다. 조연으로 머물렀던 기나긴 시간을 지나 뜨거운 가을야구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섰다.

KT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 KBO리그 KS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8-4로 눌렀다.

1~4차전을 모두 쓸어담은 KT는 창단 첫 통합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기자단 투표로 진행된 MVP의 영예는 박경수에게 돌아갔다. 박경수는 총 90표 중 67표를 얻어 11표를 받은 황재균을 가볍게 제쳤다. 강백호가 7표, 윌리엄 쿠에바스가 4표, 김재윤이 1표를 기록했다. MVP 상금은 1000만원이다.

박경수는 이번 KS에 3경기에 나서 8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숫자로 드러나는 수치보다 더 뜨거운 가을을 보냈다.

지난달 31일 삼성 라이온즈와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서 9회 결정적인 호수비로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탰던 박경수는 데뷔 19년 차에 처음 맞은 한국시리즈에서도 펄펄 날았다.

2차전 1회부터 몸을 날려 호세 페르난데스의 타구를 잡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선발 소형준이 흔들리고 있던 타이밍에 나온 박경수의 슈퍼 캐치는 경기의 흐름까지 바꿨다.


3차전에서는 5회 선제 결승 솔로포를 날렸다. 물 샐 틈 없는 수비도 변함없었다.

시리즈를 완주할 순 없었다. 3차전 7회말 안재석의 뜬공을 쫓아 뒷걸음질 치던 박경수는 타구를 놓친 뒤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구급차에 실려나간 그는 오른 종아리 비복근(종아리 뒤쪽의 두 갈래로 갈라진 근육) 내측부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았다.

그라운드에서 뛸 순 없지만, 그는 4차전도 더그아웃에서 함께 호흡했다.

KT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순간, 목발을 짚은 박경수도 선수단과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박경수는 2003년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유망주는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인생의 전환점을 KT와 함께 맞았다. 2015시즌을 앞두고 ‘막내 구단’ KT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KT 이적 첫 해 22홈런을 날리며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을 날리는 등 잠재력이 터뜨리기 시작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신생구단에서 베테랑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했다.

그래도 가을야구는 멀기만 했다. 10번째 구단 KT는 1군 데뷔 후 하위권을 전전했다.

선수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서야 첫 포스트시즌을 맞았다. 지난해 팀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면서 플레이오프 무대에 섰다.

팀은 두산에 1승3패로 밀려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지만, 박경수는 4경기에서 타율 0.375(8타수 3안타)로 분전했다.

아쉬움을 지울 기회는 1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올 시즌 KT는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프로 19년 차에야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박경수는 누구보다 뜨겁게 가을을 불태웠다. 가장 빛난 별도 박경수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