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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몸매서 근육질로… 유도 매력에 푹 빠진 의사

입력 | 2021-11-19 10:27:00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권준교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권준교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유도에 입문한 지 6개월 만에 온몸에 근육이 붙었고 체력이 좋아졌다고 했다. 권 교수가 업어치기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방역수칙을 준수해 촬영했으며 평소에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권준교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39)는 운동과는 담 쌓고 살았다. 고교, 대학 시절에도 운동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교수가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들이 생긴 후로는 퇴근하면 집으로 직행했다.

병원과 집을 오갈 때 빼고는 걷는 시간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65㎏ 안팎이던 체중이 72㎏까지 불었다. 가슴, 팔, 허벅지에서 근육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내조차 ‘풍선’이라고 놀릴 정도였다.

그때 처음으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 헬스클럽을 찾았다. 고강도의 근력 운동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함으로써 근육을 키운다는 ‘크로스핏’에 도전했다. 그러나 재미도 없고 힘만 들었다. 3개월 회원권을 끊었지만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관뒀다. 그랬던 권 교수가 지금은 유도에 푹 빠져 산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아들 운동시키려다 유도에 입문


지난해 10월 권 교수는 일곱 살 된 둘째 아들을 데리고 유도 체육관에 갔다. 아들에게 운동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태권도, 권투 등 여러 종목을 알아봤지만 유도가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체육관을 둘러본 뒤 아빠와 아들은 관원 등록을 마쳤다.

이후 권 교수는 매주 3회 업무가 끝나면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오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훈련했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관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체육 관련 입시 준비를 하는 덩치 큰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감염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관장은 구르기부터 시켰다. 낙법은 유도 훈련의 가장 기본이라고 했다. 넘어질 때가 많으니 잘 넘어지는 법부터 배워야 부상이 없다. 기술훈련은 낙법을 어느 정도 연마한 후에 시작한다.

처음엔 한 시간 내내 낙법만 연습했다. 낙법의 종류도 많았다. 몇 주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낙법을 익혔다. 앞으로 넘어지고, 옆으로 넘어지고, 뒤로 넘어졌다. 나중에야 이 낙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권 교수는 “가령 엎어치기 당했을 때 팔을 잘못 짚으면 뼈가 부러질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넘어지면 안전하다”고 말했다.

낙법에 익숙해진 후 업어치기 같은 기본 기술을 배웠다. 한 가지 기술을 제대로 익혀야 다음 기술로 넘어갔다. 여러 기술을 배운 후에는 상대방과 자유대련을 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유도를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유도, 근력과 유연성 강화에 좋아”


훈련을 시작하기 전 5~10분 동안 스트레칭을 한다. 넘어질 일이 많기 때문에 특히 이 스트레칭에 신경을 써야 한다. 스트레칭을 끝내면 20분 동안 상대방과 여러 기술을 훈련한다. 나머지 30분 동안에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거나 자유대련을 한다.

한 시간의 운동 효과는 매우 크다. 낙법만 하더라도 5분만 제대로 구르면 땀이 매트 위로 뚝뚝 떨어진다. 권 교수는 “자유대련을 2, 3분씩만 해도 축구 한 경기를 뛴 것과 운동량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유도를 시작하고 처음 몇 달 동안은 온몸이 쑤셨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했던 데다 안 쓰던 근육을 쓰기 때문이었다. 자유대련을 할 때 넘어지지 않으려고 온몸에 힘을 줬으니 몸이 쑤시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힘을 줘도 근력이 부족해 1분을 버티지 못하고 넘어졌다. 이후 몸에서 힘을 빼고 제대로 근육 쓰는 법을 배웠다. 그러자 몸이 쑤시던 증세가 사라졌다. 체육관 사범과 자유대련을 할 때도 3분까지 버틸 수 있게 됐다.

6개월이 지나고 보니 가슴이 튀어나오고 팔과 허벅지가 굵어졌다. 체중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대신 근육량이 크게 늘었다. 권 교수는 “따로 근력 운동을 하지는 않고 체육관에서 틈틈이 근력 운동을 한 게 전부”라며 “유도가 전신 운동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근육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연성도 좋아졌다. 유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상체를 숙이면 손이 바닥에 안 닿았다. 지금은 손바닥이 바닥에 닿는다. 일상생활에서도 효과가 나타났다. 계단을 3개 층만 올라가도 종아리가 아팠는데 요즘은 두 칸씩 뛰어 올라간단다. 어느새 딴딴한 몸으로 바뀐 것을 확인했다.




●다른 운동에도 관심 갖게 돼


유도를 시작한 후 다른 운동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공을 제대로 차 본 적도 없지만 병원 내 축구동호회에도 가입했다. 의료기사, 보안요원, 남자 간호사들이 회원이다. 의사는 권 교수가 유일하다. 권 교수는 “유도를 하면서 운동에 자신감이 생겼기에 새로운 운동 종목에 도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매주 수요일에 모여서 축구를 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거의 모이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달 동호회가 다시 가동됐다. 요즘은 2주마다 업무가 끝나는 오후 6시 이후에 모여 공을 찬다. 보통은 30분씩 두 차례 경기를 한다.

하지만 모든 종목의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헬스클럽에서 하는 근력 운동이나 트레드 밀에서 하는 걷기와 달리기는 선호하지 않는다. 무거운 중량을 들어올리는 게 버겁고, 벽을 보고 달리는 게 지루하기 때문이다. 이미 크로스핏을 한 번 했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다. 권 교수는 “운동에 재미를 느껴야 운동 효과도 생긴다. 좋은 결과를 보려면 자신에게 맞는 운동 종목을 잘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운동에 재미를 붙이면서 달라진 점이 또 있단다. 술을 거의 안 마시게 됐다. 그 시간에 운동하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유도에서는 특히 사전 스트레칭이 중요하다. 권준교 교수가 다양한 자세로 몸풀기를 하고 있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중년의 나이에도 유도를 배울 수 있을까? 권준교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60대, 70대에도 건강관리 목적으로 유도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권 교수는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가급적 매일 운동하되, 적어도 주 3회 이상을 채울 것을 권했다.

거친 운동이니 부상이나 사고가 잦을 것 같지만 권 교수는 “그런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처음 유도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주의할 점이 있다. 이 점만 잘 지키면 안전하게 유도를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 습득 속도가 더디더라도 체육관이 정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 유도를 배울 때는 낙법부터 배우고 이어 기술을 배우며, 그 후에 자유대련을 한다. 낙법 훈련에 오랜 시간을 들이는 것은 부상을 막기 위해서다. 사람마다 골격이 약간 다를 수 있어 낙법 과정에서 목과 어깨에 통증이 느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체육관 책임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변형된 동작을 배우는 게 좋다.

둘째,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 낙법을 어느 정도 배우고 나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면 자유대련을 할 때 승부욕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 상대방을 이기려고 과도하게 몸에 힘을 주거나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다칠 우려가 있다. 체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운동을 즐기려고 하는 게 좋다.

셋째, 운동하기 전 스트레칭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다른 운동과 달리 유도는 전신에 힘을 주다가도 넘어지는 동작을 반복한다. 따라서 최소한 10분은 반드시 미리 몸을 풀어줘야 한다. 특히 발목 스트레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앉은 상태에서 발목을 손으로 잡고 1분 이상 돌려주도록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