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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전화가 왜 많아”…모텔사장 눈썰미로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

입력 | 2021-11-19 11:37:00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전국 모텔을 돌아다니며 보이스피싱 사기를 친 일당이 한 모텔 사장의 남다른 ‘촉’에 덜미를 잡혔다.

19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모텔방에 휴대전화 중계기를 설치해 중국 전화금융 사기 조직의 범행을 도운 14명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중 5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올 8월 이 일당이 빌린 모텔방 업주가 “방안에 휴대전화가 많이 설치됐다, 이상하다”고 경찰에 신고해 덜미가 잡혔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조작용 휴대전화 48대를 압수했다. 또 피의자 압수물 분석으로 중계기 유심(USIM) 유통망을 조사했다.

이들은 6월 19일부터 8월 13일까지 서울, 경기도를 비롯해 부산, 천안 등 모텔방 등에서 불법 중계기나 발신 번호 조작용 휴대전화를 144대를 설치했다. 한 달 주기로 장소를 이동하는 방식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다.

사진제공=서울 강북경찰서


일당은 발신 전화번호를 국제번호에서 국내번호로 조작해 금융기관으로 사칭하며 수신자들에게 대출 상품을 소개하거나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게 했다.

이렇게 피해자 55명으로부터 약 17억 원 상당을 편취했다.  

2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제주와 부산, 대전 등지에 숨었던 피의자 14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특히 피의자 가운데 2명은 검거 과정에서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투약한 혐의가 추가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별다른 의심 없이 전화를 받게 되는 ‘010’으로 시작되는 전화도 발신 번호가 조작된 전화금융사기 전화일 가능성이 있다”며 “통화내용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가까운 경찰관서에 도움을 요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