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1.19. 뉴시스
한국을 찾은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9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과 만나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의 구속 상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양국이 결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문제 삼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안 장관과 타이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경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만나 약 35분 동안 면담을 진행했다. 무역대표부는 미국의 국제통상교섭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미국 통상장관이 한국 고용부 장관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만남은 타이 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타이 대표는 한미 FTA 이행 및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공동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 무역대표부 대표로는 11년 만에 방한 중이다.
이날 타이 대표는 양 위원장 구속 상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FTA 제19장 ‘노동’ 장(章)은 “결사의 자유를 포함해 5개 기본 노동권을 국내 법령과 관행에 채택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 위원장 구속에 대한 언급은 이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양 위원장 구속 등 한국의 노동 이슈를 문제 삼아 통상 압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후 미국은 ‘노동 중심 통상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양 위원장 구속 문제가 통상 이슈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면서도 “타이 대표가 바이든 정부의 노동 중심 통상정책을 굉장히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타이 대표가 안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하며 공식적으로 제안한 의제는 △한미 FTA 노동 장 협력 메커니즘을 활용한 협력 강화 방안 △제3국에서의 노동권 증진을 위한 양자 협력 △국제공급망에서의 강제노동과 착취적 관행 근절을 위한 양자 협력 등이다.
안 장관과 타이 대표는 내년 상반기(1~6월) 중 ‘제2차 노동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협의했다. 노동협의회에서 양국은 FTA 노동 장 이행상황 및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무역자유화 확산 과정에서 근로자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기 위한 협력사업 추진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제1차 노동협의회는 2013년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바 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