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은 나이에 신생구단 둥지… 주장 번갈아 맡으며 후배 보듬어 창단 첫 KS 무대서도 중심 잡아… 후배들도 “형들께 우승반지” 뭉쳐
KT에서 주장을 번갈아 맡으며 팀에 ‘위닝 스피릿’을 정착하게 한 박경수(왼쪽 사진), 유한준. 두 노장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KT의 창단 첫 우승에 기여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뉴시스
KBO리그에 진입한 지 7년 만에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막내구단 KT에 빠질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박경수(37)와 1군 첫 시즌을 마친 후 KT가 창단 처음으로 60억 원의 거액을 주고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유한준(40)이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오래 몸담은 친정팀을 떠나 신생 구단에 둥지를 튼 두 노장은 먼저 온 박경수가 2016∼2018년까지, 박경수보다 1년 늦게 KT에 온 유한준이 2019∼2020년까지 5년 동안 주장을 나눠 맡으며 후배들을 아우르고 솔선수범하며 팀 문화를 다졌다.
KT가 포스트시즌(PS) 경험이 없던 지난해 정규시즌까지만 해도 선수들은 “(PS 경험을 못해본) 경수 형 가을야구 시켜 드리자”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나섰다. KS 직행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올해는 “두 형님 반지 끼워 드리자”는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해피엔딩’을 일군 두 노장의 동행은 당장 내년을 기약할 수 없다. 2019년 초 박경수가 3년, 유한준이 그해 말 2년의 두 번째 FA 계약을 맺었는데 올 시즌으로 끝났다. 한국나이로 내년이면 서른아홉(박경수), 마흔둘(유한준)이라 올해까지 보여준 좋은 모습들이 내년에도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구단도 고민 중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의 KT를 만든 데는 선수단을 잘 이끈 두 선수의 공이 크다. 주장 황재균 등 다른 고참 선수들이 문화를 잘 계승하겠지만 두 선수의 공백을 받아들이기에 아직 마음의 준비는 안 됐다”고 말했다. 유한준은 “정규시즌 막판 ‘은퇴금지’가 적힌 종이를 들고 응원한 팬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감사했고 마음이 뭉클했다. 구단, 가족 등 여러 사람들과 논의를 하고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