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타버스’ 부울경 이어 충청 순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9일 대전 엑스포시민광장에서 ‘지스타 2021’을 알리기 위한 행사로 프로게이머들과 게임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번 주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일정으로 충청 지역을 찾았다. 대전=뉴스1
“지금까지 살아남기 위해 단 하나의 흠도, 단 한 톨의 먼지도 없이 살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9일 오후 대전 서구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 거리에서 즉석연설을 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 후보는 “제 집에 ‘당신의 계좌를 털었다’는 우편물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며 “과거 수십 년간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먼지 털 듯 탈탈 털리고 있습니다만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에 발목이 잡혀 지지율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자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겨냥해 “저는 왕이 될 생각이 없다. 저한테 필요한 것은 국민이 명하는 것을, 국민이 원하는 것을, 우리가 해야 될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할 뿐”이라고도 했다. 이날 충청 지역 순회를 시작한 이 후보는 약 1시간 동안 대전 시내 거리를 걸으며 시민들과 소통하는 등 적극적인 민생 현장 행보로 국면 전환에 나섰다.
○ 李 “수도권 공기업·공공기관 다 지방으로”
이 후보는 이날 충청 지역 순회 첫 일정으로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찾아 자율주행차를 시승하고 청년 연구원 등 관계자들과 만났다. 이 후보는 “격변의 시기에는 우리가 선도자를 추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디지털·에너지 대전환을 맞아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연구기관의 예산 집행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연구자들의 요청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했다. 이 후보는 연구원이 개발한 자율주행차 ‘오토비’의 시승을 마친 뒤 “연구기관이 자율적으로 과제를 선정할 여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연구기관의 도덕성을 믿고 충분한 재량권을 주면 훨씬 효율적으로 국가 R&D 예산이 사용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충청 지역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출발 인사에서 지역 균형 발전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서울, 경기도는 (인구가) 넘쳐서 난리고 지방은 인구가 부족해서 소멸한다고 난리여서 국가 균형발전 정책은 정말 중요하다”면서 “그것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충청으로 행정수도 옮겨서 진행 중인데, 이것도 현재 보수 야당이 막아서 일부밖에 못 옮긴 것이다. 앞으로 사실 더 많이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행정수도 이전) 못다 한 걸 마저 다 하고 수도권 공기업들 공공기관들 200여 곳 남았는데 다 지방으로 옮기려고 한다”며 공기업, 공공기관의 추가적인 지방 이전도 약속했다.
이날 이 후보는 대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제2 집무실을 (세종에)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며 “기회가 되면 (대통령) 취임식을 세종 의사당이나 의사당 터에서 하고 싶다. 충청의 사위가 충청에 약속드린다”고도 밝혔다.
○ 지역 순회마다 2030세대 소통 행보 주력
최근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이 후보는 민생 행보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국민 여론을 의식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진 방침도 철회하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특검)를 수용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힌 이 후보는 적극적인 민생 행보로 중도 확장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대전 엑스포시민광장에서 프로게이머들과 게임 대결도 펼치며 청년 친화 행보도 이어갔다. 국제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가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되는 것을 기념해 마련된 자리에서 이 후보는 편안한 차림으로 MZ세대인 프로게이머들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를 10여 분간 함께 하고 고전 게임인 ‘갤러그’ 실력도 선보였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게임에 대한 생각은 정말 바꿀 필요가 있다”며 “이제는 산업으로 생각해 달라”고 했다.
대전=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