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 편
1일 ‘위드 코로나’ 시작 직전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을 인터뷰했습니다. 대비가 너무 부족한 상태에서 서둘러 시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결국 위드 코로나 보름여 만에 입원 병상 가동률이 75%를 넘었습니다. 정부는 입원 병상 가동율이 75%가 넘으면 ‘서킷 브레이크(긴급방역강화제도)’를 발동하겠다고 했지요. 하지만 서킷 브레이크는 발동되지 않고 있고, 정부는 아직은 견딜만하다고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백신 접종률이 늘고 있다는 점만 강조합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월 18일 0시 기준으로 전 국민의 78.5%가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1차 접종을 받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누적 접종률은 82%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독자 여러분, 절대로 이 누적 접종률 수치에 현혹되면 안 됩니다. 이 수치에는 백신은 맞았지만 이제는 백신 효과가 상당히 떨어진 ‘무늬만 접종자’가 굉장히 많이 포함돼있으니까요. 우리가 부스터 샷을 맞고 있다는 점이 그 반증입니다.
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은 올 2월부터 시작됐습니다. 벌써 9개월 전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 추가 접종(부스터샷)의 접종 간격을 4~5개월로 단축했지요.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2~4월에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접종자이긴 하지만 백신 효과는 굉장히 떨어진 상태입니다. 11월 18일 0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3292명입니다. 위드 코로나 직전인 10월 31일 0시 기준으로는 2052명이었지요. 보름 새 1000여명이 넘게 폭증했는데 여전히 정부는 백신 누적 접종자 수만 강조합니다. 아마 내년 이맘때도 올 2월에 맞은 사람까지 포함 시켜 90%가 넘었다고 자랑할지 모르겠습니다.
질병청은 당연히 일일 위중증 환자 발생수를 알고 있습니다. 왜 공개를 안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알리는 게 유리하고. 정부의 방역 대응을 자랑할 수 있는 수치라면 안 할 리가 있겠습니까? 백신 누적 접종률처럼. 지난 할로윈데이 때 이태원은 100m를 걸어가는데 10여분이 걸릴 정도로 붐볐습니다. 마스크만 쓰고 다닐 뿐 거리두기나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진 모습도 이제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를 하더라도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풀어서는 안 되지요. 그런데 정부부터 불리한 통계는 알리지 않고, 자랑하고 싶은 수치만 공개하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위드 코로나도 당초 11월 9일 경쯤이면 가능할 거라고 했다가 이유도 모른 채 1일로 앞당겼지요. 국민을 위한 방역 정책을 해야 지, 권력과 선거를 위한 방역 정책을 해서는 안 됩니다. 질병청장은 현미경으로 바이러스를 연구하거나 확진자를 모니터링하는 직책이 아닙니다. 위에서 잘못된 정책을 펴면 전문가로서 바로 잡으려고 말을 해야지요. 방역이 정치에 좌지우지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입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