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산발적 주말 집회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사흘 연속 3000명대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집회 자제를 거듭 요청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대선이 열리는 내년 3월까지 집회를 멈추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소속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그러나 무늬만 정규직일뿐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하는 공무원과 처우 면에서 여전히 차별을 겪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내년 예산안에 명절 상여금 20만원 인상만 반영되면서 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복리후생비 만큼은 차별 없이 지급될 수 있도록 예산에 반영하거나 선언적 의미라도 남겨야 한다”며 “방역수칙에 맞춰 500명 미만이 집회에 참여해 이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1시에는 서울 고속터미널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금호고속 조합원 100여명이 임금체불, 부당전보 등 사측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의 잇단 집회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으로 일정 부분 집회가 가능해진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방역에는 다시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민주노총에 집회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은 집회의 자유와 당위성으로 맞서고 있다.
문제는 방역수칙을 위반한 대규모 집회도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민주노총은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에서 조합원 2만여명이 참가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오는 27일에는 산하 조직인 공공운수노조 중심으로 서울 도심에서 2만명이 참여하는 총궐기를 예고한 상태다.
이에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정부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민주노총은 대규모 불법 집회를 강행했다”며 “주최 측은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를 공언했지만, 정작 당일 현장에서는 곳곳에서 방역수칙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공공운수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김 총리가 또다시 노동자 집회 철회를 협박하고 나섰다”며 “실내 전시 행사는 10만명, 야구장은 3만명이 입장하는데 유독 집회만 500명 이상 모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당사자는 노동계가 아니라 정부”라며 “김 총리는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고, 안정적인 총궐기 집회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이 연이은 대규모 주말 집회를 계획하면서 정부와의 갈등도 지속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현재 ▲11월28일 청년노동자 행진대회 ▲12월 전국농민대회 및 전국빈민대회 ▲내년 1월15일 민중 총궐기 투쟁 등을 준비 중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동 이슈를 전면에 부각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다만 정부 방침에 따른 서울시의 잇단 집회금지 통보와 집행부의 경찰 조사로 민주노총의 고심도 커지는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2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의 반복되는 집회금지 통보를 규탄하고, 인권위에 이러한 입장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