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에 있는 스마트 가구공장의 로봇 설비. 로봇들은 입력된 정보에 따라 목재를 규격대로 잘라내거나 목재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현대리바트 제공
17일 오전 경기 용인의 가구 생산공장. 천장에 달린 오징어 다리 모양의 산업용 로봇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40여 가지가 넘는 종류의 합판 중 특정 공정에 필요한 목재만 정확히 골라내 생산 라인으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로봇의 동선을 따라가니 이번엔 자동 재단기가 미리 입력된 정보에 따라 옮겨진 목재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잘라내고 있었다.
잘라진 목재는 다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하며 구멍을 내거나 색을 입히는 과정을 거쳤다. 주방 가구의 한 부품이 된 목재는 비슷한 과정을 겪은 다른 규격의 목재와 함께 박스에 담겼다. 이 모든 과정에 사람의 노동은 거의 들지 않았다.
● 톱밥 날리던 가구공장의 변신
이는 현대리바트의 ‘스마트 팩토리’의 모습이다. 이 공장은 400여 개 첨단 정밀 장비와 정보통신(IT)기술로 구현되는 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2017년부터 4년간 1475억 원을 들여 구축한 8만5950㎡ 규모 복합 제조·물류시설인 스마트워크센터(SWC) 내에 있다. 위전수 현대리바트 생산사업부 상무는 “가구업계 단일 생산설비 투자규모로는 역대 최대”라며 “아시아 최초의 가구 제조용 스마트공장”이라고 했다.● “다양한 규격의 가구 동시에 생산”
이곳의 생산설비는 최신 IT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생산 시스템(MES)으로 제어되고 있었다. 이를 위해 독일 시스템개발업체 이모스와 설비 전문기업 호막의 기술이 도입됐다. 설비에 가구 설계 정보를 입력하면 3D 설계도면이 제작되고 예상 자재 소모량이 산출된다. 설계도에 따라 각 공정별 필요 설비와 도구도 자동으로 세팅되고, 이를 통해 목재 재단, 공정별 자재 운반, 제품 접착, 타공, 포장 등 공정이 모두 자동화된다.기존 가구공장은 생산 기술자가 각 가구 설계도에 맞춰 수십개의 설비 세팅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균등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웠다. 장진용 현대리바트 생산운영팀장은 “스마트공장의 자동화 공정으로 생산속도가 기존 시설보다 평균 5배 이상 빨라지고 다양한 규격의 가구를 한번에 동시에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구업계는 이 같은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해 품질 고급화와 소비자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본다.
용인=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