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 카운티 법원에서 카일 리튼하우스(18)가 눈을 감고 판결을 듣고 있다. 배심원단은 25시간 넘는 심리 끝에 리튼하우스측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여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2021.11.20 뉴시스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 카운티 법원의 배심원단은 19일(현지 시간) 2건의 살인과 1건의 살인미수 등 모두 5가지 혐의로 기소된 카일 리튼하우스(18)에게 모든 혐의에 대한 무죄 평결을 내렸다고 현지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사흘 연속 이어진 심리와 이후 26시간의 논의를 거쳐 그의 무죄를 결정했다.
리튼하우스는 17세였던 지난해 8월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의 과잉진압 총격으로 반신불수가 된 사건이 발생한 뒤 항의 시위가 벌어지자 백인 자경단원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가 시위 참가자 2명에게 AR-15 반자동 소총을 쏴 사망케 하고, 1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그는 체포된 이후 “신변의 위협을 느낀 상황에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해왔다. 약탈과 방화로 시위가 격해지던 상황에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경단과 함께 활동하던 중 시위자들이 자신을 때리며 총을 빼앗으려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총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리튼하우스는 재판을 받는 도중 배심원단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브릿지에서 카일 리튼하우스(18)의 무죄평결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21.11.20 뉴시스
리튼하우스는 1급 살인 등 중범죄 혐의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종신형을 받게 될 처지였다. 그는 무죄 평결을 받은 뒤 변호사를 통해 “배심원단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면서도 “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배심원단의 최종 평결에 대해 검찰은 항소할 수 없어 무죄 평결은 이대로 확정된다.
배심원단의 인종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희생자들은 모두 백인이지만 리튼하우스 역시 백인이라는 점에서 인종차별 논란은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심원단의 최종 평결에 대해 “피의자가 흑인이었다면 결정이 달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결이 내려지자 희생자의 유족들은 “사법 시스템의 실패”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제이컵 블레이크의 가족과 변호사는 “오늘 결정은 가증스럽다”며 “이는 앞으로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우려했다. 뉴욕과 시카고 등지에서 그의 무죄 평결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수백 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리튼하우스 사건은 아직 안 끝났다”, “인종주의에 굴복하지 않겠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