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기자)“몇시에 오신거에요?” (첫 번째 손님) “새벽 1시… 어제 실패하고 오늘 또 왔어요”
사넬백 이야기가 아닙니다. 절임배추를 사려고 첫 번째로 줄을 서 있던 어르신 얘기였습니다. 요소수에 이어 이젠 김장용 절임배추까지 줄을 서서 구매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번 주말, 여러 지역 마트에서는 김장용 배추를 구매하기 위한 시민들의 ‘김치 오픈런(Open Run)’이 펼쳐졌는데요.
도대체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요? 올해는 가을 장마 같은 이상 기후로 중부 지방의 배추 작황이 좋지 못했고, 배추의 뿌리와 밑동이 썩는 배추 무름병이 유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배추 가격이 지난해보다 60% 이상 올랐고, 김치에 들어가는 다른 재료값도 올라 차라리 절임배추를 사는 게 저렴한 상황이 된 겁니다.
직원들도 끼어들려는 고객들을 막으랴 무거운 배추 상자를 일일이 카트에 담으랴 연신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품절될까 불안해하던 고객들은 카트에 배추 상자를 가득 채우고 나서야 만족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습니다. 모든 재고가 소진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김치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나는 나는 너를 못 잊어~”
김치 주제가에 김치맨 캐릭터까지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21세기에 배추를 구하려고 줄을 서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