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 조치로 출근복에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고무줄을 넣은 편한 바지인 ‘밴딩 팬츠’가 주목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를 주로 할 때 자주 입던 ‘원마일웨어’(실내와 집 근처에서 입을 수 있는 옷)처럼 허리 부분에 고무줄을 넣어 편안함을 더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재택근무를 하면서 편안한 옷을 선호하게 된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트렌드를 감안해 패션 브랜드들은 출근할 때 입는 정장 바지에 밴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영국 패션 브랜드 리스는 올 가을 여성 수트 팬츠의 다수를 밴딩 스타일로 출시했다. 허리 뒷부분에 밴딩 처리를 하기도 해 격식을 차렸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편안함을 놓치지 않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최근에는 패션에서 활동성과 실용성이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며 “정장 팬츠처럼 포멀한 옷차림에서도 밴딩 처리된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럭셔리 브랜드들도 색다른 디자인의 밴딩팬츠를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도 지난해 허리 밴딩 팬츠가 큰 인기를 끌자 올 가을에는 더욱 물량을 확대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도 올 가을겨울 포멀 와이드 팬츠, 롤업 울 팬츠 등 출근복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의 옷을 내놨다. 또 기존의 조거팬츠도 캐시미어나 울 블렌드 등으로 소재를 고급화했다.
정장 자체가 편안한 핏으로 출시되는 경향도 강해졌다. LF의 질스튜어트뉴욕이 올 가을겨울 시즌에 내놓은 ‘세미오버핏 울 스트레치 셋업’은 슬랙스 옆 쪽에 밴딩을 넣은 것은 물론, 세미 와이드핏으로 과하지 않은 실루엣을 자랑한다. 블랙과 베이지의 두 가지 컬러 모두 활용도가 높은 데다 디자인도 간결하다. LF 관계자는 “기존의 딱딱한 어깨 패드와 슬림한 허리 라인, 좁은 바지통 등으로 실루엣을 강조한 정장 대신 점차 유연한 핏의 제품들이 주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장과 캐주얼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진 면도 있다. 코오롱FnC의 남성복 정장 브랜드 캠브리지멤버스는 약 40여 년 간 축적해 온 정통 수트를 만드는 노하우를 캐주얼한 아이템에 접목한 ‘테일러드 캐주얼’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특히 클럽재킷은 이탈리아 원단, 캐시미어 등 고급 천연 소재를 적용해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해주는 이번 시즌 대표 아이템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소재와 컬러를 사용해 편안한 인상을 주는 동시에 고급 수트를 제작하는 기술로 품격을 더했다”고 말했다.
사지원기자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