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백악관과 미 연방의회 의사당을 방문해 현지 투자 및 글로벌 공급망 이슈 등 현안을 논의하며 ‘반도체 외교’에 나섰다. 약 20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 미국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투자 계획도 이번 주 중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14일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18, 19일(이하 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정계 인사들을 만나 민간 외교관 역할에 나섰다. 앞서 16, 17일 바이오 기업 모더나와 세계 1위 통신사업자 버라이즌 최고경영진과 회동한 데 이은 행보다.
18일에는 미국 연방의회를 찾아 반도체 투자 지원 법안을 담당하는 핵심 의원들을 만났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관련 법안의 통과 등에 대한 의회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회동에 참여했던 미 의회 관계자는 “(파운드리) 공장 후보지를 압축해 이번 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서 이 부회장은 19일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글로벌 이슈로 부상한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 방안, 연방정부 차원의 반도체 기업 대상 인센티브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이 외국 기업의 대표를 개별적으로 초청해 핵심 참모들과의 면담 일정을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점검을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79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급망 자료를 요청했으며 삼성전자도 시한 전에 자료를 제출하고 후속 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삼성 측은 미국 연방의회와 백악관에서 접촉한 인사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동부권 일정을 마무리한 뒤 곧바로 서부로 이동해 20일 워싱턴주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을 찾았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반도체, 모바일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떠오르는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 경영진과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 혁신 기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미국 방문은 2016년 7월 글로벌 기업가들의 비공개 모임인 ‘선밸리컨퍼런스’ 참석 이후 5년 4개월 만이다. 재계 관계자는 “특히 이번 출장에서는 현지 기업인들뿐만 아니라 미국 핵심 정계 인사들을 만나 글로벌 공급망 이슈 해결 및 한미 우호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삼성 총수로서 한층 더 위상을 높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미국 현지 기업가들과 추가 회동을 갖고 24일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