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정인이사건’ 이어 2번째 사과 “경찰서장 직위해제 등 엄중 조치” 피해가족측 “경찰이 회유” 靑청원
김창룡 경찰청장이 21일 인천 남동구의 빌라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위험에 처한 국민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김 청장이 일선 경찰서 사건 처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 것은 올 1월 “양부모의 정인이 학대 살인 사건 수사가 미흡했다”며 사과한 이후 두 번째다.
김 청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경찰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자 소명인데도 불구하고 위험에 처한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한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인천 논현경찰서장을 직위해제했고, 현장 출동 경찰관 2명에 대해서도 감찰 조사를 한 뒤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15일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출동 경찰관 2명이 현장을 이탈하는 등의 미흡한 대처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층 주민 A 씨(48)가 층간소음 문제로 아래층에 사는 B 씨 가족을 찾아가 소란을 피운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인천 논현경찰서 관할 지구대 소속인 C 경위(47)와 D 순경(23)이 출동했다. C 경위는 빌라 1층 현관에서 신고자 B 씨를 조사했고, D 순경은 3층 B 씨 집에서 B 씨의 아내, 딸과 함께 있었다.
20일 B 씨 아내의 가족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려 경찰 대응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게시자는 “B 씨 가족이 사건 이전 A 씨를 경찰에 4차례 신고했음에도 경찰이 안전을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았으며, 사건 당시에도 구두로만 A 씨를 분리하는 등 사건 전후 대처가 전반적으로 부실했다”고 했다. 1층에 있던 B 씨가 아내의 비명 소리를 듣고 같이 있던 C 경위에게 “빨리 가자”고 소리쳤지만 C 경위가 공동 현관문이 닫히도록 올라오지 않은 뒤 “비밀번호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고도 적었다.
게시자는 또 “경찰이 ‘칼이 B 씨의 것인지 A 씨의 것인지 뒤죽박죽 얽혀 형부인 B 씨가 잘못될 수도 있고, A 씨가 구속되지 않고 풀려날 수도 있다’며 유가족들을 회유하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출동했던 D 순경은 피해자 가족에게 “피해자 구호가 먼저라고 배워 119 구조 요청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D 순경은 가족들로부터 “비명 소리에 3층으로 올라온 B 씨와 달리 경찰들이 1층에 머물렀던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생전 처음 겪는 상황에 트라우마가 생겨, 그 뒤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