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與, 선대위 19일만에 대수술
이재명, 부인과 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 참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가 연평도 포격전 11주기를 이틀 앞둔 21일 부인 김혜경 씨와 국립대전현충원 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이 후보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일방적인 도발에 대해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전=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직접 당 선거대책위원회 쇄신을 위한 수술 칼을 빼든 건 그만큼 “이러다 본선에서 진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가운데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선대위 구성과 기능을 둘러싸고 경고음이 이어져 온 상황에서 “더 이상 변화를 늦출 수 없다”는 긴박함이 깔려 있다는 것.
여기에 이 후보가 야심 차게 내걸었던 전 국민 지원금 공약이 정부 반발 속에 결국 한발 후퇴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민주당이 반전 카드로 쇄신을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 급물살 탄 쇄신론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21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120여 명의 의원을 향해 “‘설마 우리가 질 수 있겠는가’라는 막연한 낙관에 기초해서 될 것이 아니다”라며 “바닥 민심이 만만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민주당은 의총 결과 이 후보에게 당 쇄신과 선대위 혁신을 위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기로 했다.국민의힘 선대위에 김종인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등 과거 여권 출신 인사들이 대거 합류한 것도 민주당의 쇄신론에 불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국민의힘 선대위 인선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그렇게 뒤로 후퇴하고 퇴행적으로 갈 때 우리는 좀 더 젊고 참신한 세력으로 전진해 나가자”고 했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대장동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야당과의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사실상 첫 공약이나 다름없던 전 국민 지원금도 무산됐다”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실수하기만을 기다리기보단 결국 우리가 스스로 먼저 변화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 선대위 개선 방안 두고 고심
이날 의총에선 20여 명의 의원이 다양한 쇄신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 의원들이 선대위에서 모두 물러나 지역구 바닥 민심부터 챙겨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당과 선대위의 쇄신 전에 이 후보부터 변화하라는 요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이낙연 캠프의 좌장을 지낸 설훈 의원이 ‘이 후보가 자신의 부족한 점을 국민 앞에서 인정하고 진솔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당 지도부를 향한 볼멘소리도 나왔다. 김한정 의원은 의총 후 페이스북에 “(송) 대표는 의원들을 안 뛴다고 타박하고 혼자 10분 일장연설을 하고 ‘선대위 전권을 후보에게 일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자기 이야기는 없다”고 비판했다.민주당이 이 후보에게 선대위 쇄신 전권을 부여하기로 했지만 이 후보 측은 ‘별동대’ 성격의 선대위를 꾸린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이 후보와 송 대표는 전날 통화에서 현역 의원 전원이 선대위에서 물러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 중진 의원은 “현역 의원이 모두 사퇴할 경우 소위 ‘7인회’로 불리는 핵심 측근 의원들까지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뜻인데, 선대위가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