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국민 선대위 회의 “국민 실망, 제 책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민 선대위-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그런 분들의 눈물을 제가 정말 가슴으로 받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전국민 선대위’ 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후보는 회의 도중 전날 충북 청주의 한 시장 등을 방문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95세 어르신이 시장 바닥에 쭈그리고 앉으셔서 머리도 다듬지 못하고 5천 원어치 토란을 팔겠다고 애쓰시는 모습을 봤다”며 “(시장에서) 저를 끌어안고 우시는 분도 계셨다. 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부인 김혜경 씨가 21일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청주=뉴시스
앞서 이 후보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타고 국민을 만나면서 이재명다움이 어디 갔느냐, 변한 것이냐. 기득권화 되는 것이냐는 질문을 아프게도 많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저 스스로도 반성해본다. 거대 민주당의 기존 관행 속에 젖어들지 않았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이 후보에게 당의 쇄신과 선거대책위원회 혁신을 위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후보 선출 직후부터 제기된 ‘본선 위기론’이 현실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선대위 출범 19일 만에 이 후보에게 선대위 전면 개편의 전권을 넘긴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22일 ‘전국민 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백의종군하고 현장 활동을 중심에 놓겠다고 결의해준 것에 대해서 정말 국민과 당, 나라의 미래를 위한 충정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일각의 분노는 의원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오히려 제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민 선대위-청년과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대전환’ 회의에서 취업준비생, 워킹맘, 신혼부부, 청년창업자의 걱정인형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그러면서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변화와 혁신’과 관련해 3대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새로운 민주당, 이재명의 민주당은 첫 째로는 반성하는 민주당이 되겠다”며 “저 스스로도 대장동 문제에 관련해서 국민들께서 왜 다 환수하지 못했느냐, 왜 민간에 저런 비리 잔치를 예방하지 못했느냐는 지적에 대해서 나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 것 자체가 잘못임을 인정한다. 그 자체도 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변화와 혁신에 대해 “두 번째는 민생 실용개혁을 주도하는 민주당이 되겠다”며 “세 번째는 유능하고 기민한 민주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선대위 회의는 취업준비생과 워킹맘, 신혼부부, 청년 창업자 등 청년들이 참석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청년들은 이 자리에서 각자 자신들이 겪고 있는 고민 등을 언급했다.
이 후보는 “최근에 매타버스로 전국을 순회하면 듣게 되는 여러 가지 지적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핵심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들을 얼마나 존중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며 “거대한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작은 문제들을 발굴해서 신속하게 처리해서 조금이나마 개선을 이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