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갈무리
‘인천 흉기 난동 사건’ 관련 경찰의 미흡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한 경찰청 소속 직원이 “인천 여경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경찰도 ‘직장인’”이라고 말해 공분을 사고 있다.
2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여경사건 개인적 견해’라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커뮤니티는 회사 이메일로 본인인증을 해야 가입해 활동할 수 있는데, 작성자 A 씨의 근무지는 ‘경찰청’으로 소개됐다.
A 씨는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가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직장인’”이라며 “사명감 물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명감 같은 추상적인 언어가 현실의 벽 앞에 부딪혀 본 경찰들만 공감하지 일반 시민들은 전혀 공감 못 한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빌라 구조가 어떻게 돼있는지는 모르지만 좁은 공간에서 칼을 든 (가해자를 마주쳤을 때) 두려움은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영화에서처럼 (경찰이) 총을 든다고 칼 든 피의자가 순순히 두 손 들고 일어날 것 같나. 실제로는 총을 보고 더 흥분한 피의자가 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그 위급함을 설명할 순 없다”며 “이번 사건을 비난하는 건 자유지만 그렇게 깎아내리는 곳에 힘쓰기보다 앞으로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공권력이 약한 것에 힘을 더 싣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A 씨의 이 같은 주장에 누리꾼들은 “경찰·군인·소방관은 결코 일반적인 직장인이 될 수 없다” “직장인은 자기 일에 사명감 없이 일하는 줄 아나” “시민의 안전보다 자신의 안위를 걱정할 거면 애초에 경찰을 하면 안 됐다” 등의 비판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청 소속 다른 직원들도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한 직원은 “같은 사우로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는 알겠다”면서도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었겠나. 이번 사건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직원들도 “불난 집에 기름 붓냐” “개인적 견해지 다수의 의견이 아니다”라며 A 씨를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날 김창룡 경찰청장은 “소극적이고 미흡한 현장대응으로 범죄 피해를 막지 못한 점에 대해 피해자와 그 가족,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현재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2명은 대기 발령 조치된 상태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